
감독이 안 도와주면 진작 잡혔을 '운빨' 살인마
이 영화의 살인마 수철(정경호)은 치밀하거나 위협적이라서 무서운 게 아니다.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 '감독의 보정' 때문에 안 잡히는 게 무서운 거다.
수철은 우둔하고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술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찰은 이보다 더 멍청하게 설정되어 있어, 수철이 대놓고 활개를 쳐도 아무도 그를 잡지 못한다. 이건 살인마의 실력이 아니라, 순전히 100% 운과 각본의 억지다. 범인이 여유로운 이유는 그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지능을 바닥으로 설정해놓은 감독의 '친절한 배려' 덕분이다. 이런 식의 긴장감 조성은 관객의 지능을 모욕하는 처사다.

탈출 가능한데 안 나가는 자매, "이게 최선인가?"
영화 속 자매(정유미, 김새론)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누가 봐도 충분히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매는 마치 '각본에 따라 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라도 있는 듯 멍청하게 제자리를 맴돈다.
언니의 죽음조차 비극적이라기보다는 "왜 저기서 저러고 있지?"라는 의문만 남긴다. 개연성 엉망인 설정 속에 캐릭터들을 밀어 넣으니, 관객은 공포를 느끼는 게 아니라 주인공들이 빨리 잡히거나 영화가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게 된다. 아무 고민 없이 짠 듯한 각본은 캐릭터들을 그저 살인마의 칼날 앞에 세워두는 도구로 전락시켰다. 2026년에 본 영화 중 최악이라는 평가가 전혀 과하지 않은, 총체적 난국이다.

정경호는 왜 미친놈이 됐나? "단순해도 너무 단순한 트라우마"
네가 궁금해했던 수철의 과거 서사는 한마디로 '게으른 작가의 전형'이다. 어릴 적 정신 나간 아버지가 방화로 가족을 몰살하려 했던 현장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설정이다. 그 충격으로 맨홀에 집착하게 됐고, 그곳을 자신의 왕국으로 삼아 연쇄살인을 저지른다는 건데...
도대체 왜? 가족이 죽은 그 끔찍한 장소에 왜 다시 들어가서 살인마가 되는지에 대한 심리적 개연성은 1도 없다. "아버지가 미쳐서 가족을 죽였으니 나도 미쳐서 사람을 죽인다"는 식의 일차원적인 연결고리는 너무나 단순하고 성의 없다. 정경호라는 배우의 연기력이 아까울 정도로, 캐릭터의 전사는 그저 '미친놈'이라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급조된 조잡한 쪼가리에 불과하다.

최종 결론: 한숨만 나오는 101분간의 하수구 구경
정경호, 정유미, 김새론이라는 아까운 배우들을 데려다가 하수구 안에서 뜀박질이나 시킨 감독의 만행이 놀랍다. 개연성도 없고, 공포도 없고, 남는 건 오직 "정경호는 왜 저기 있나" 하는 의문뿐이다.
시청 매체: 웨이브(2026. 1. 21.)
추천 관객: "세상에서 가장 개연성 없는 영화가 궁금해"라고 묻는 호기심 천국 애청자들.
비추천 관객: 고구마 100개 먹은 듯한 답답한 전개를 싫어하는 분들, 억지스러운 공포 설정을 혐오하는 일반인 모두.
감독의 '억지 보정'으로 연명하는 운빨 살인마와 지능이 퍼지(Purge)된 주인공들의 하수구급 엉망진창 소동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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