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당들이 너무 순진해서 불쌍할 지경: "이게 프로야?"
이 영화의 최대 미스터리는 무라드 패거리가 어떻게 국가를 넘나드는 인신매매 조직을 운영해왔느냐는 것이다. 1편에서 자기 아들들을 떼거지로 죽인 인간 병기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를 다시 납치해 놓고는, 고작 케이블 타이로 묶어둔다? 이건 복수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제발 우리를 죽여달라"고 고사 지내는 수준이다.
더 가관인 건 납치당하는 와중에 밀스가 딸과 통화하며 "어디로 가고 있어, 수류탄 던져서 위치 확인해!"라고 지시하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 있는 악당들이다. 영어를 못 하는 것도 아니라면서, 주인공의 '인간 네비게이션' 놀이를 관전만 하고 있는 그들의 순진무구함에 한숨이 나온다. 1편의 파리 조직원들은 그래도 '사업가' 같았는데, 이번 알바니아 청년회 분들은 너무나 아마추어적이다. 이쯤 되면 피해자는 납치당한 밀스 가족이 아니라, 대타 한 명 잘못 세웠다가 몰살당하는 무라드 일당이 아닌가 싶다.

밀스의 사이코패스적 기만: "총알은 빼놨지롱!"
그 찝찝함의 정점이 바로 엔딩이다. 밀스는 더 이상의 복수가 지겹다며 무라드에게 "동네로 돌아가서 잘 살아라"라고 폼을 잡으며 총을 건넨다. 하지만 그건 자비가 아니라 잔인한 기만이었다.
총알을 미리 빼놓고 빈 총을 쏴보게 만든 뒤, "역시 넌 안 돼"라며 처단하는 모습은 액션 영웅이라기보다 사람 심리를 갖고 노는 악독한 살인 기계에 가깝다. 아들들을 잃고 눈이 뒤집힌 노인네에게 마지막 희망까지 짓밟아버리는 그 '심리 고문'은 확실히 도가 지나쳤다. 악당보다 주인공이 더 정이 안 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이스탄불판 '운전면허 학원': 수동 벤츠의 기적
딸 킴(매기 그레이스)은 분명 캘리포니아에서 자동 변속기 차량으로 운전 연습을 하던 초보였다. 그런데 터키에 오더니 갑자기 구형 수동 벤츠를 몰고 이스탄불 골목을 랠리 선수처럼 질주한다.
옆자리에서 아빠는 "엑셀 밟아! 핸들 꺾어!"라며 실전 강사로 빙의해 소리를 지르고, 딸은 자살 폭탄 테러범으로 오해받으며 대사관 정문을 들이받는다. 이 말도 안 되는 전개는 영화가 가진 '리얼리티'를 맨홀 아래로 던져버린다. 터키 대사관에 벤츠로 돌진했는데 골프 치던 동료에게 전화 한 통 부탁하는 밀스의 인맥 질을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는 액션이 아니라 '빽 좋은 아빠의 갑질 스릴러'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최종 결론: 1편의 영광을 갉아먹는 '기교'만 남은 속편
리암 니슨의 액션은 여전히 시원하지만, 각본의 지능 지수는 전편보다 한참 떨어졌다. 순진한 악당들과 지능적인 주인공의 불균형이 영화를 코미디로 만든다. 3편이 궁금하다고? 킴도 요원이 될 것 같다는 내 예상이 맞을지는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 다만, 2편보다 더한 '무리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추천 관객: "논리 따윈 필요 없어, 리암 니슨이 사람 때리는 거면 다 좋아"라는 무한 긍정 관객.
비추천 관객: 악당의 지능이 주인공과 비슷하길 바라는 전략가 스타일, 수동 운전을 글로 배운 초보 운전자들.
1편의 명성에 '무임승차'한, 지능 낮은 악당들과 더 악독한 아빠의 이스탄불판 불공정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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