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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기: '나락'으로 가는 완행열차에 강제 탑승한 희생양

이 영화의 주인공 최철기(황정민)를 보고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힌다. 그는 분명 유능한 경찰이지만, '줄'이 없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밀리고 결국 윗선이 던져준 썩은 고기(배우를 써서 사건을 조작하는 일)를 물게 된다.

 

최철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안타까운 캐릭터다. 부패한 시스템 속에서 나름대로 발버둥 쳐보려 했지만, 주변 놈들이 도와주질 않는다. 상납금 챙긴 팀원, 사고 치는 제부... 이런 구멍 난 벽돌들이 쌓여 결국 최철기라는 거대한 탑을 무너뜨린다. 특히 동생처럼 아끼던 팀원을 실수로 죽이게 되는 장면은 이 영화가 '나락'을 향해 얼마나 억지로 달려가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장치다. 최철기는 결국 팀원들에게 죽임을 당하며 '최대 피해자'로 남는데, 이건 영웅의 몰락이라기보다 시스템에 먹혀버린 소모품의 최후 같아 기분이 아주 더럽다.

 

주양: 무너지지 않는 '절대 권력'의 짜증 나는 여유

류승범이 연기한 주양 검사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벽이자 관객의 혈압을 올리는 주범이다. 최철기가 진흙탕에서 구를 때, 그는 골프장에서 웃으며 판을 짠다. 영화 후반부, 주양만 살아남는 결말을 보며 "이건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

 

감독은 현실의 검사 권력이 얼마나 견고한지 보여주기 위해 처음부터 결말을 정해놓고 달려간다. 최철기의 분투가 주양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한낱 '중간 보스'의 발악처럼 느껴지게 만든 연출은 지독하게 냉소적이다. '서로 모른 척 윈윈하는 결말'은 어쩌면 관객에겐 덜 찝찝했겠지만, 감독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답이 안 나오는 '부당한 나라'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주양의 생존은 영화적 의외성을 포기한 대신, 관객에게 '현실 자각 타임'이라는 팩트 폭격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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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놈들끼리의 거래: "진짜 공정한 놈은 없다"

영화 제목 그대로다. 이 영화를 구성하는 벽돌 하나하나가 다 부당한 놈들이다. 자의든 타의든, 이 판에 발을 들인 이상 순수한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작된 사건에 투입된 장석구(유해진)의 역공작과 도박 같은 행동들은 분명 흥미로웠지만, 결국 그 역시 더 큰 포식자들에게 먹히는 먹잇감일 뿐이다.

 

잘 살든 못 살든 틈만 보이면 도태되는 이 끔찍한 정글의 법칙을 류승완은 아주 투박하고 속 시원하게(혹은 찝찝하게) 그려냈다. 권선징악이라는 유치한 결말을 버리고 "현실은 원래 이래"라고 침 뱉듯 끝내는 방식이 누군가에겐 류승완 영화 특유의 '거슬림'으로 남겠지만, 그게 또 이 감독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장석구만 죽고 최철기와 주양이 손잡는 시나리오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부당한' 쾌감이 있었겠지만, 감독은 우리에게 일말의 희망도 남겨두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최종 결론: 호의가 계속되면 영화가 찝찝해진다

결국 주양은 살아남고 최철기는 죽었다. 이 부당한 거래의 끝에서 남는 건 "대한민국에서 검사로 산다는 것"에 대한 씁쓸한 뒷맛뿐이다. 류승완의 영화 중 가장 '거슬리는' 매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추천 관객: "세상은 원래 불공평해"라고 생각하는 현실주의자들, 황정민-류승범-유해진의 미친 연기 티키타카를 보고 싶은 시네필. 비추천 관객: 권선징악의 통쾌함을 원하는 관객, 억지로 짜 맞춘 듯한 비극적 결말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


거대한 권력의 벽 앞에서 소모품처럼 버려진 이들의 발악, 현실은 영화보다 더 '부당'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증명하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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