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스파이더맨이나 도덕책 같은 캡틴 아메리카를 기대했다면 번지수 잘못 찾았다. <콘스탄틴>(2005)의 주인공 존 콘스탄틴은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원대한 꿈 따위는 개나 줘버린 인물이다. 그는 그저 자살 기도라는 '대죄'를 씻고 지옥행 급행열차에서 내리고 싶어 안달이 난, 아주 세속적이고 뒤틀린 퇴마사일 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 비겁하고 이기적인 구원 투쟁에 미친 듯이 열광한다.

숭고함 따위는 집어치운 '비즈니스' 퇴마
콘스탄틴에게 퇴마는 신성한 의식이 아니라 지긋지긋한 '잔업'이다. 그는 악마를 잡을 때마다 신에게 "이 정도면 포인트 적립 좀 됐지?"라고 묻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가브리엘(틸다 스윈튼)이 "넌 이기적이라서 안 돼"라고 팩트 폭격을 날릴 때 보여주는 그 억울한 표정은, 우리가 성당이나 교회에서 느끼는 그 엄숙한 가식을 한 방에 날려버린다.
그는 성수를 뿌리는 대신 금연 껌을 씹어야 할 폐병 환자이고, 십자가 대신 황금 총(Holy Shotgun)을 갈긴다. 이 불경하고도 쿨한 태도가 바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가 콘스탄틴의 담배 연기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핵심이다. 그는 영웅이 아니라, 우리처럼 살고 싶어 발버둥 치는 비루한 인간의 극단적인 버전이기 때문이다.

키아누 리브스, 퇴폐미라는 '치트키'를 쓰다
원작 '헬블레이저'의 금발 영국인 설정을 씹어먹고 흑발의 키아누 리브스가 등장했을 때, 골수팬들은 거품을 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검은 정장에 축 늘어진 넥타이, 그리고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 한 개비를 보는 순간 모두가 입을 닥칠 수밖에 없었다.
키아누는 콘스탄틴이라는 인물에 '지친 도시인의 피로감'을 이식했다. 세상의 끝을 보고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그 무심한 눈빛은, 화려한 액션보다 더 강력한 서사를 전달한다. 그가 지옥의 재가 날리는 로스앤젤레스 거리를 걸어갈 때, 관객은 그가 악마를 잡든 말든 상관없이 그 독보적인 분위기에 이미 항복하고 만다.

'엿 먹어라'가 완성한 안티 히어로의 정점
이 영화의 백미는 역시 루시퍼(피터 스토메어) 앞에서 중지를 치켜올리는 엔딩이다. 자기를 데려가려고 침을 흘리는 지옥의 왕 앞에서, 가장 숭고한 자기희생을 통해 천국행 티켓을 따낸 뒤 날리는 그 비열하고도 통쾌한 미소! 이건 성경에 나오는 거룩한 희생이 아니라,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대기업을 엿 먹이는 영리한 사기꾼의 승리에 가깝다.
콘스탄틴은 마지막까지 '착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끝까지 자기 방식을 고수하며 버텼을 뿐이다. 우리가 이 안티 히어로에게 매료되는 이유는, 그가 천사들의 오만함과 악마들의 탐욕 사이에서 유일하게 인간적인 '야비함'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지옥 미장센과 루시퍼의 타르 발자국을 저화질로 보는 건 영혼을 악마에게 파는 것보다 더한 죄악이다. 제대로 된 물리 매체로 영접해야지.
[관련 콘텐츠] 성수보다 짜릿한 고화질의 유혹: <콘스탄틴> 블루레이/스틸북 개봉기 👉 [지옥의 재가 날리는 디테일까지 확인하기]
[4K 스틸북 개봉기] 콘스탄틴 (Constantine, 2005) - 악마를 잡는 4K 화질, 20주년의 완벽한 부활 :: 4K 개봉기 아카이브
[4K 스틸북 개봉기] 콘스탄틴 (Constantine, 2005) - 악마를 잡는 4K 화질, 20주년의 완벽한 부활
✝️ 타이틀 개요: 키아누 리브스의 퇴폐미, 자막까지 완벽하게오컬트 액션의 바이블이자 키아누 리브스의 리즈 시절을 담은 '콘스탄틴'의 개봉 20주년 기념 4K UHD 스틸북 한정판 개봉기입니다.
4klog.tistory.com
"천국행 티켓을 구걸하는 골초 흡연자의 비열한 생존 투쟁이 키아누 리브스의 퇴폐적인 간지와 만나, 종교적 가식을 조롱하며 완성된 독보적인 다크 판타지."
★ 이전 감상기 보기: 공정사회 (Azooma, 2013): '공정'은 개뿔, 관객 뒷목 잡게 하는 '불공정'의 정점. :: 4K 개봉기 아카이브
공정사회 (Azooma, 2013): '공정'은 개뿔, 관객 뒷목 잡게 하는 '불공정'의 정점.
"얼마나 화나게 하려고 만든 영화일까?"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은 하나다. "도대체 감독은 관객을 얼마나 화나게 하려고 작정한 걸까?" 10살 딸이 성폭행을 당하고 돌아왔
4klog.tistory.com
★ 다음 감상기 보기: 영화 '트루스(Truth, 2015)': 달을 가리켰더니 손가락의 때만 탓하는 비겁한 세상 (2015) :: 4K 개봉기 아카이브
영화 '트루스(Truth, 2015)': 달을 가리켰더니 손가락의 때만 탓하는 비겁한 세상 (2015)
영화를 볼 때 사전 정보 따위 집어치우는 건 아주 현명한 선택이다. 선입견이라는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나면, 케이트 블란쳇 같은 괴물 배우가 던지는 날 것 그대로의 진실이 더 아프게 다가오
4klog.tistory.com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공감과 댓글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4K 개봉기 아카이브는 수집가 디스크러버의 영화 감상과 물리매체 리뷰를 기록하는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