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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타인의 얼굴》로 전 세계 영화사를 뒤흔든 거장 테시가하라 히로시 감독 연출, 작가 아베 코보 각본, 그리고 타케미츠 토루가 음악을 맡은 1964년작 단편 영화 《아코(Ako / White Morning)》는 29분의 러닝타임 속에 1960년대 도쿄의 공기와 청춘의 일탈을 감각적으로 포착한 아방가르드 단편이다. 정형화된 내러티브를 벗어나 찰나의 순간과 묘한 질감을 압축해 보여주는 작품이기에 [찰나의 극장 (단편 전용)] 랙에 입주하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1964년은 테시가하라 히로시(勅使河原 宏)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찬란한 해다. 실존주의 걸작 《모래의 여자(Woman in the Dunes)》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같은 해에 선보인 또 다른 숨은 보석 같은 단편 《아코(Ako, 1964) / 원제: 白い朝(하얀 아침)》의 존재를 아는 관객은 많지 않다.

 

모래 구덩이라는 폐쇄된 세계를 다룬 《모래의 여자》와 달리, 《아코》는 1964년 도쿄 올림픽 직전 급변하던 대도시 한가운데로 카메라를 들이대어 10대 청춘의 불안과 백일몽을 포착한 감각적인 시네마 에세이다.

글로벌 옴니버스 프로젝트와 16세 소녀의 시선

《아코》는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NFB)가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 4개국의 영화감독들을 모아 기획한 글로벌 옴니버스 영화 《사춘기(The Adolescents / La Fleur de l'âge)》의 일본 파트로 제작되었다.

  • 줄거리: 주인공 아코는 도쿄 시내의 작은 빵집에서 일하는 16세 소녀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자동차 드라이브를 떠났고, 드라이브 중에 이러 저러한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
  • 일상과 환상의 교차: 영화는 10대들의 풋풋한 활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내면서도, 불현듯 소녀의 몽상과 초현실적인 환각 이미지를 교차시킨다.

《Tokyo 1958》에서 도시의 집단적 혼돈을 관찰자 시점으로 포착했던 감독은, 《아코》에 이르러 도시의 소외감을 한 소녀의 내면 심리로 섬세하게 좁혀냈다.

누벨바그 감각과 타케미츠 토루의 사운드 실험

이 단편은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의 자유로운 호흡과 일본 아방가르드 미학이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

  • 감각적인 흑백 촬영: 도쿄의 네온사인,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궤적, 인물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스타일리시한 흑백 명암으로 잡아냈다.
  • 타케미츠 토루(Tōru Takemitsu)의 음향: 감독의 페르소나인 타케미츠 토루는 이번에도 파격적인 사운드를 선보였다. 재즈와 전위적인 전자음향, 침묵을 불규칙하게 직조하여 10대 소녀가 느끼는 공허함과 혼란을 청각적으로 극대화했다.

이리에 미키의 매혹적인 마스크, 묘한 분위기가 빚어낸 29분의 잔상

전통적인 기승전결의 서사 구조를 기대한다면 다소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단편이 품고 있는 공기와 뉘앙스는 대단히 독특하고 매혹적이다. 무엇보다 타이틀 롤을 맡은 여주인공 이리에 미키(Miki Irie)의 청순하면서도 서구적인 마스크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면 단 3편의 영화에만 출연하고 자취를 감추어 더욱 신비롭게 다가온다.)

 

단조로운 빵 공장 여공이자 기숙사 생활에 갇혀 있던 한 사춘기 소녀가 하룻밤 동안 겪는 방황과 공허한 일탈의 공기는 테시가하라 히로시의 감각적인 연출과 타케미츠 토루의 음악을 만나 대단히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명확한 결론을 짓지 않아도, 1960년대 도쿄의 새벽 공기와 소녀의 눈빛만으로 충분히 나쁘지 않은 인상과 긴 잔상을 남긴 수작이다.

자유를 꿈꾼 29분의 야간 비행. 네온사인 뒤로 스러진 소녀의 눈빛과 1960년대 흑백 필름의 매혹적인 파편.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크라이테리언 컬렉션(The Criterion Collection) 《모래의 여자 (Woman in the Dunes, 1964)》 블루레이 디스크의 스페셜 피처 'Four Short Films'를 통해 감상했다. 거장의 장편 세계를 지탱하는 모태이자, 1960년대 일본 뉴웨이브의 귀중한 조각을 수장고의 [찰나의 극장 (단편 전용)] 랙에 정갈하게 안착시킨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Unboxing] 모래의 여자 (Woman in the Dunes, 1964)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모래의 여자 (Woman in the Dunes, 1964)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개봉기

Overview: 모래 구덩이 속, 실존과 욕망을 탐구하는 아방가르드 걸작 (H2)아베 코보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완벽하게 옮겨낸 테시가하라 히로시 감독의 초현실주의적 걸작, 크라이테리언 컬렉션(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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