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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패트레이버》 등으로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연출한 실사 영화 《무국적소녀》는, 실사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애니메이션적 설정과 연출을 무리하게 이식했을 때 얼마나 기이하고 어색한 결과물이 나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억압받는 예술학교 소녀의 몽환적인 학원물로 시작해 갑작스러운 총격전과 혈투로 사방을 피칠갑하는 파국으로 치닫지만, 정작 관객에게 필요한 서사적 설명이나 친절함은 온데간데없다. 괴작을 향한 호기심으로 끝까지 지켜보았으나 허망함과 헛웃음만 남기는, 전형적인 '이걸 왜 봤을까' 싶은 타이틀이다.

줄거리: 폐쇄적인 예술학교, 억압받는 천재 소녀 아이(Ai)

과거 정체불명의 사건으로 깊은 마음에 상처를 입고 PTSD와 정체불명의 환청·환각에 시달리는 소녀 아이(세이노 나나). 그녀는 여우난 예술학교의 독보적인 천재 학생이지만, 교장과 교사진은 그녀의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이용하고 실적을 올리는 데만 급급할 뿐 정작 그녀를 보호하지 않는다. 특별대우에 대한 주변 동료 학생들의 시기와 질투, 교사의 가학적인 억압 속에서 아이는 계속해서 정체 모를 전쟁터의 환각과 헬기 소리에 시달린다. 하루하루 옥죄어오는 답답한 학교 생활 속에서 아이의 정신은 점차 미쳐가듯 아슬아슬한 균열을 일으킨다.

결말: 깨어진 가짜 학원물, 전쟁터의 참혹한 혈전과 피칠갑 (※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후반부에 들어서자, 아이를 둘러싼 학교라는 세계의 균열이 극에 달하며 지금까지의 학원물 전체가 아이의 무의식에 불과했다는 잔혹한 반전이 드러난다. 실제 아이의 정체는 최전선에 투입된 특수공작원(용병)이었으며,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교사와 동급생들은 사실 전장에서 싸우던 적군(무장 병력)들이었던 것이다. 전투 중 중상을 입은 아이가 생사의 경계에서 억지로 구축해낸 기이한 '가짜 일상'이 깨지자, 아이는 본능적인 살상 기술을 발휘하여 적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하기 시작한다. 사방에 피가 튀고 창자가 쏟아지는 하드코어 혈전 끝에 적들을 몰살하지만, 결국 핏빛 전쟁터 한가운데서 차갑게 죽어가는(혹은 의식을 잃어가는) 아이의 실제 모습이 조명되며 영화는 모호하고 서늘하게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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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설정의 어색한 이식'—멋에 취한 아마추어리즘과 욕 나오는 불친절함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괴롭히는 것은 "왜 이렇게 실사 연출이 어색하고 붕 떠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연극이나 애니메이션에서나 통할 법한 톤앤매너, 오버스러운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는 실사 카메라의 프레임 안에서 극심한 불쾌감과 어색함을 자아낸다. 감독 오시이 마모루의 필모그래피를 확인하는 순간 이 어색함의 원인은 곧바로 이해되지만, 동시에 실사 매체에 대한 이해 없이 제 멋대로 연출한 결과물이라는 실망감을 지울 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욕이 나올 정도로 선을 넘은 불친절함이다. 환각에 시달리는 아픈 소녀의 학원 잔혹극인지, 부상당한 여전사의 머릿속 무의식인지조차 밝히지 않는 무책임한 서사 구조는 거장의 실험정신이라기보다 그저 예술적 폼을 잡고 싶어 안달 난 아마추어 작가의 겉멋처럼 느껴진다. 이것저것 그럴싸한 예술적 장치와 미장센을 늘어놓고 스스로 만족했을 연출자의 자의식 과잉은, 이 영화를 남에게 권하기는커녕 '내가 이걸 왜 끝까지 봤을까' 자조하게 만드는 컬트적 괴작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애니메이션 거장의 이름값 뒤에 숨겨진 실사 연출의 형편없는 불협화음. 예술적 표현에 취해 관객을 기만하는 듯한 불친절함은, 스크린이 꺼진 뒤에도 깊은 허망함과 헛웃음만을 남긴다.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과거 디지털 VOD 플랫폼인 네이버 시리즈온(Naver Series On)을 통해 감상했던 타이틀로 추정된다(시청 매체 정확도 불분명). 물리 매체 디스크를 장착하고 케이스의 스펙을 반추하는 소장용 미디어 감상의 맛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스트리밍 감상조차 '내 아까운 VOD 구매 비용과 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미디어의 소장 가치나 디스크의 화질/음향 스펙을 논하는 것조차 무의미한 앙상한 감상이었지만, 컬렉터로서의 기묘한 호기심 때문에 기어코 끝까지 보고야 말았다는 자조적 기록을 위해 [산업 폐기물 처리장(내 아까운 2시간 물어내)] 선반 구석자리에 이 불쾌한 파편을 던져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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