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프랜차이즈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하지만, 어떤 속편은 그 이름값에 기대어 시리즈 전체의 명예에 똥칠을 한다.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2018)》는 단언컨대 후자의 완벽한 표본이자, 영리하게 쌓아 올린 전작들의 세계관에 가장 뻔뻔하게 무임승차한 최악의 기획물이다.

'프리퀄'을 가장한 얄팍한 사기극
명작으로 소문난 '클로버필드' 시리즈에 입문하기 위해, 서사 순서상 가장 앞선다는 이 '프리퀄'을 굳이 첫 타자로 선택했다면 그건 크나큰 비극의 시작이다. 영화는 전작에서 벌어진 기괴한 괴수 사태와 외계인 침공의 기원을 밝혀준다며 거창하게 포장하지만, 실상은 엉망진창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당초 '클로버필드'와는 일절 상관이 없던 '갓 파티클(God Particle)'이라는 독립된 삼류 각본이었다. 개봉을 앞두고 흥행에 자신감이 없어진 제작사가 부랴부랴 기존 세계관의 떡밥을 대충 구겨 넣고 넷플릭스에 떠넘겨버린 상술의 산물인 것이다. 관객이 영화 내내 느끼는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듯한 이질감'은 철저히 팩트에 기반한 합리적인 직감이다.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짬처리' 통과 할리우드의 상술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이 영화의 탄생 배경을 알고 나면 왜 영화가 이 모양 이 꼴인지 단번에 이해가 간다. 이 작품은 원래 《클로버필드》 세계관과는 1%의 관련도 없던 '갓 파티클(God Particle)'이라는 별개의 우주 스릴러 각본이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만들어놓고 보니 완성도가 너무 처참했다. 극장에 걸었다가는 홍보비도 못 건지고 폭망할 것이 뻔해 보이자, 제작사인 파라마운트가 꼼수를 부렸다. 부랴부랴 '클로버필드'라는 거대한 흥행 간판을 억지로 이어 붙이고 추가 촬영을 감행한 뒤, 독점 콘텐츠가 급한 넷플릭스에 비싼 값에 팔아넘긴 것이다.
결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일단 거르고 본다"는 세간의 선입견은, 이런 대형 스튜디오들의 '악성 재고 짬처리' 전략이 만들어낸 합리적인 결과물인 셈이다. 이 정도면 영화가 아니라 기업형 사기극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러시아 3류 SF가 선녀로 보이는 처참한 완성도
영화의 내실은 더 끔찍하다. 차라리 예산이 부족해 CG가 엉성한 러시아나 동유럽의 B급 SF 영화들은 감독만의 독창적인 비전이나 뚝심이라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남이 정성껏 키워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놓고는, 정작 알맹이는 요즘 할리우드의 고질병인 얄팍한 PC(정치적 올바름)질과 작위적인 캐릭터 설정으로 가득 채워놓았다.
최근 할리우드의 고질병인, 서사의 본질과 장르적 쾌감을 챙기기보다는 겉보기식 구색 맞추기에만 급급해 멀쩡한 작품을 망쳐놓는 전형적인 테크트리를 그대로 타는 이 영화는 매력적인 밀실 세계관 속에서 입체적으로 움직여야 할 캐릭터들은 그저 소모적이고 답답하며, 무능력한 연출은 이 난장판을 수습할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관객이 이 프랜차이즈에 기대했던 쫄깃한 서스펜스는 온데간데없고, 억지스러운 궤변만이 우주 공간을 둥둥 떠다닌다.
서사의 개연성보다 구색 맞추기에만 급급해 멀쩍한 원작의 매력을 파괴하는 행태를 보고 있자면, 차라리 투박한 러시아 SF가 선녀처럼 보일 지경이다. 능력이 부족한 감독과 무책임한 스튜디오가 만나면 어떤 '혼종 괴작'이 탄생하는지 아주 제대로 보여준다.

제발, 이 쓰레기 때문에 전작들을 포기하지 마시길
결국 이 영화가 저지른 가장 큰 만행은 형편없는 완성도 그 자체가 아니다. 바로 이제 막 시리즈에 입문하려는 관객들에게, 그토록 훌륭하고 충격적이었던 전작들(1편 《클로버필드》와 2편 《10번지 클로버필드 레인》)에 대한 깊은 선입견과 불신을 심어버렸다는 점이다.
이 얄팍한 짜깁기 괴작 하나 때문에 진짜배기 명작들을 놓치는 것은 영화 팬으로서 너무나 뼈아픈 손실이다. 부디 이 처참한 우주 정거장의 기억은 뇌리에서 깨끗이 지워버리시길. 그리고 아무런 편견 없이, 그저 눈 딱 감고 1편의 캠코더를 집어 들길 간절히 바란다. 진짜 신세계는 거기에 있으니까.
할리우드가 쓰레기통에 버린 각본을 '클로버필드' 포장지로 대충 감싸 넷플릭스에 떠넘긴, 재활용조차 불가능한 악성 산업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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