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넷플릭스라는 '쓰레기 더미'에서 찾은 진주
솔직히 말하자. 2017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라인업은 관객의 시간을 강탈하기 위해 조직된 범죄 집단 같았다. 하지만 《겟어웨이 드라이버》는 그 난장판 속에서 피어난 기적 같은 수확이다.
최근 우리가 함께 털어봤던 《지옥에서 온 전언》이나 《걸프렌드 데이》 같은 '시간 도둑'들에 비하면, 이 영화는 거의 마스터피스 수준이다. 82분이라는 컴팩트한 러닝타임 동안 불필요한 사족 없이 '운전'과 '생존'이라는 목적지에만 풀악셀을 밟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대한 배신감으로 가득 찼던 마음을 아주 잠시나마 치료해 주는, 그야말로 '볼만한' 영화의 등장이다.

"작위적이면 어때? 프랭크 그릴로인데."
이 영화는 작위적인 설정이 한가득이다. 운전사 한 명을 두고 벌어지는 그 모든 우연과 억지스러운 꼬임들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이 영화는 그 작위성이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왜일까? 바로 프랭크 그릴로라는 배우가 가진 독보적인 마스크와 아우라 덕분이다.
그는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와 싸우는 운전사'라는 설정을 오로지 얼굴 근육과 거친 호흡만으로 납득시킨다. "프랭크 그릴로가 저렇게 심각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는데, 설정 좀 억지면 어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배우가 곧 개연성이자 연출이 되는, 아주 드문 케이스다. 넷플릭스가 돈을 써서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거다. 근본 없는 각본을 가져와도 그걸 살려낼 줄 아는 배우를 제대로 앉혀놓는 것.

차 안이라는 '감옥', 그리고 폭발하는 긴장감
영화의 대부분은 차 안이라는 극도로 제한된 공간에서 진행된다. 이는 《127시간》의 협곡만큼이나 폐쇄적이지만, 대니 보일이 화려한 기교로 그 공간을 탈출하려 했다면, 《겟어웨이 드라이버》는 그 답답함 자체를 액션의 동력으로 삼는다.
[극한의 불편함] 127시간 (2010): 가짜 피보다 무서운 '진짜' 고통, 대니 보일이 선사하는 인내심 테스트. :: 4K 개봉기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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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잔인함'을 비웃는 현실의 압도적인 무게이 영화는 불편하다.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불편하다. 우리가 흔히 보는 슬래셔 무비나 고어 영화의 잔인함은 '어차피 가짜'라는 방어 기제가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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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러와 사이드미러, 그리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단편적인 정보들만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식은 꽤 영리하다. 작위적인 플롯의 구멍들을 거친 엔진 소리와 프랭크 그릴로의 욕설로 메우며 끝까지 몰아붙이는 힘이 있다. 이 정도면 넷플릭스 2017년 딱지가 붙은 영화치고는 과분할 정도의 완성도다.

최종 결론: 2017년 넷플릭스의 죄악을 사해주는 면죄부
작위적인 설정에 눈살이 찌푸려지려다가도 프랭크 그릴로의 핸들링 한 번에 다시 몰입하게 되는, 이상하게 매력적인 영화다. 2017년 넷플릭스 오리지널들 때문에 낮아진 기대치가 이 영화를 더 빛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볼만하다'는 네 평가는 이 영화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도 극찬인 표현이다.
추천 관객: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7년작들에 심하게 데여서 '제대로 된 영화'가 그리운 분들. 프랭크 그릴로의 거친 남성미에 젖어보고 싶은 액션 마니아들.
2017년 넷플릭스라는 '오답 노트' 속에서 유일하게 정답 근처까지 간, 프랭크 그릴로의 얼굴이 곧 개연성이 되는 하드보일드 카 체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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