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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판 '신파': 이혼남 루저 아빠의 강제 갱생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박물관 유물이 살아난다는 흥미로운 설정을 고작 '이혼한 무능력 아빠의 자존감 회복'이라는 케케묵은 틀에 처박아버렸다는 점이다.

 

주인공 래리(벤 스틸러)를 보라. 하는 일마다 안 풀리는 루저지만 심성은 착하고, 아들과의 관계는 서먹하며, 전 부인 곁엔 꼭 재수 없는 새 남편 후보가 있다. 이 얼마나 게으른 설정인가? 한국 영화가 '억지 눈물'로 관객을 고문한다면, 할리우드는 이 '불우한 아빠의 영웅 변신'이라는 공식으로 관객의 뇌를 마비시킨다. 아들의 실망 어린 눈빛 한 번에 마법 같은 사건이 터지고, 결국엔 대단한 영웅이 되어 가족의 사랑을 되찾는 전개... 이제는 박물관에 전시되어야 할 건 유물이 아니라 이 각본 그 자체다.

썸녀와 아들, 그리고 '해피엔딩'이라는 인질극

코미디 영화의 법칙이라도 되는 양, 래리 주변엔 꼭 썸 타는 미모의 여성(심지어 역사학자!)이 등장한다. 영화 내내 박물관 지키느라 정신없어야 할 양반이 연애질까지 챙기는 걸 보고 있노라면, 감독이 관객을 얼마나 '보수적인 행복론'에 가두려 하는지 투명하게 보인다.

 

결국 갈등이 해소된 후 아들과 돈독해지고, 썸녀와는 잘 될 기미를 보이며 끝나는 이 뻔뻔한 결말. "이런 설정 들 이제는 좀 바꿔볼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지겹다. 아빠가 무능하면 박물관 좀 지킨다고 인생이 한 번에 역전되나? 현실은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이혼남에 비정규직 야간 경비원일 뿐이다. 영화는 이 잔혹한 현실을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비겁하게 가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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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의 낭비: 소재가 아깝다

역사적 인물들이 살아나 대화하고 투쟁하는 설정은 분명 매력적이다. 테디 루스벨트(로빈 윌리엄스)나 아틸라 왕, 나폴레옹 등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고작 '이발소 소동극' 수준의 코미디를 찍다니, 이건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실례다.

 

시각 효과는 화려하고 애들은 좋아하겠지만, 영화적 깊이는 0에 가깝다.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돈을 쏟아부어 만든 이 '가족용 공산품'은 창의적인 변주 대신 안전한 클리셰의 길을 택했다. 한국의 신파만큼이나 지겨운 '미국식 가족 이데올로기'의 반복이다. 벤 스틸러의 코믹 연기도 이 진부한 서사 속에서는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처럼 느껴질 뿐이다.

 

최종 결론: 박물관 유물들은 밤마다 살아날지 몰라도, 영화의 독창성은 상영 내내 죽어 있다. 뻔한 아빠, 뻔한 아들, 뻔한 사랑... 이 클리셰 범벅인 박물관은 폐관이 답이다.

 

추천 관객: "나는 클리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라고 외치는 영혼 없는 관객, 혹은 10살 미만의 순진한 어린이들.

 


유물들은 밤마다 깨어나는데 정작 각본가는 잠든 채로 쓴 것 같은, 할리우드식 '이혼남 갱생 판타지'의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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