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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살인(暗數殺人)'. 이름부터가 기분 나쁘게 서늘하다. 국어사전을 뒤져봐도 안 나오니 당황스러우셨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뼛속까지 이해하게 된다. 피해자는 있는데 신고도 없고, 시체도 없고, 수사조차 시작되지 않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죽음들. '어두울 암(暗)' 자가 가진 그 음침한 의미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썩어가는 진실을 마주할 때의 그 불쾌함은 이 영화의 정체성 그 자체입이다.

주지훈, 어진 '세자'의 얼굴을 지우고 악마가 되다

솔직히 놀랐다. <킹덤>에서 백성을 사랑하던 그 어진 세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주지훈의 연기가 미쳤거든. 김윤석이야 원래 이런 묵직한 수사물에선 '믿고 보는 국밥' 같은 존재지만, 주지훈은 정말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특히 그 걸걸한 사투리와 광기 어린 목소리 톤... 같은 배우라고 생각하기엔 뇌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다. 킹덤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살인에 미친 악마 하나가 스크린에 앉아 있다.

'그알'도 놓친 실화의 충격: 유족의 상처와 살인마의 유희

이 영화는 배급사 문제부터 유족들의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개봉 전부터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온 이 이야기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추악한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실화 속 살인마 이문기가 직접 자백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어둠 속에 묻혔을 그 억울한 죽음들... 이춘재 사건처럼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암수범죄'가 한 해 200여 건이나 된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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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같은 자백을 진실로 바꾼 형사의 경의로운 고집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던진 장난 같은 자백 서신을 보고 누가 인생을 걸까? 보통이라면 무시하고 넘겼을 그 종이 쪼가리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사비까지 털어가며 시체를 찾아 헤맨 형사님의 집념에는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남들은 실적 안 된다고 비웃을 때, 오직 죽은 자의 억울함만 보고 달리는 그 고독한 레이스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정의'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아무도 찾지 않는 죽음을 위해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간 형사의 지독하고도 거룩한 추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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