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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나미가 덮친 슈퍼마켓, 그리고 그 안의 백상아리
· 말도 안 되는 설정이지만 묘하게 빠져드는 긴장감
· B급 특유의 허술함 속에서도 살아 있는 재난 공포의 맛
· 상어영화의 진지함을 내려놓고 즐기는 기묘한 스릴러


킴블 렌달 감독의 베이트(Bait, 2012)는 호주와 싱가포르가 공동 제작한 재난 스릴러이자, 상어 영화의 기묘한 하위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쓰나미로 침수된 해안가의 슈퍼마켓에 생존자들이 갇히고, 그 물속에 백상아리가 나타난다는 설정은 듣는 순간부터 허탈한 웃음을 자아내지만, 막상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빠져든다. 이 영화는 스스로의 진지함을 포기한 대신, 상황극의 아이러니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법을 안다.

 

영화의 초반은 비교적 평범하다. 해변 마을에서 일어난 강도 사건, 쓰나미의 급습, 그리고 순식간에 바닷물로 잠긴 도심.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폐허가 된 슈퍼마켓 내부에서 시작된다. 건물은 무너지고 전력은 끊겼으며, 천장까지 물이 차오른 그곳은 어느새 거대한 수조처럼 변한다. 그리고 그 안에 상어 두 마리가 들어온다. 말 그대로 “슈퍼마켓 수조 속 상어”다.

 

처음에는 다소 우스꽝스럽게 느껴지지만, 영화는 이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선반 위로 올라가 대화를 나누는 생존자들, 비닐 포대 하나를 붙잡고 허우적대는 인물들,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물살의 흔들림. CG의 완성도는 결코 높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그 허술함이 영화의 정서를 더한다. 관객은 어느새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경험한다.

 

베이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재난물의 구조와 공포영화의 규칙을 동시에 따르기 때문이다. 인물들이 좁은 공간에 갇혀 서로의 불신을 드러내고, 서로를 구하려다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한다. 그 속에서 상어는 마치 운명처럼 등장한다. 먹잇감은 많지만, 진짜 공포는 상어가 아니라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이 영화는 그것을 진지하게 묘사하지 않고, 오히려 B급 특유의 엉성한 리듬으로 비튼다.

 

CG 상어의 움직임은 투박하고, 물리적 사실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의 의도는 거기에 있지 않다. 감독 킴블 렌달은 현실적 공포보다 “장르적 재미”를 우선한다. 상어가 출몰하는 장면마다 관객은 놀라기보다 웃고, 웃다가도 갑작스러운 공격에 반사적으로 긴장한다. 이 ‘진지함과 우스움의 진동’이 바로 베이트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맛이다.

B급의 미학, 혹은 진지함의 포기

B급 영화가 언제나 그렇듯, 베이트 역시 예산의 한계를 스토리로 보완한다. 무대는 단 하나의 슈퍼마켓, 캐릭터는 정형화되어 있고, 대사는 교과서처럼 단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 ‘허술함’을 오히려 계산된 연출로 보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관객은 이 어이없는 설정을 끝까지 따라가며, 결국엔 “이런 영화도 나쁘지 않다”는 묘한 만족감에 도달한다.

 

특히 쓰나미 직후의 정적과 상어가 등장하기 전의 긴 호흡은 생각보다 연출력이 있다. 3D 상영을 염두에 둔 카메라 워크와 물결의 움직임, 조명의 반사 등은 낮은 예산 속에서도 섬세한 구성을 보여준다. 결국 영화는 “진지한 재난극이 되지 못한” 실패작이 아니라, “B급 재난극으로 철저히 의도된” 실험작에 가깝다.

비슷한 상어 영화들과의 비교

많은 이들이 죠스47미터, 언더 워터(The Shallows, 2016) 같은 작품을 떠올리겠지만, 베이트는 그들과는 전혀 다른 노선을 탄다. 전통적인 상어 영화들이 공포의 리얼리즘을 추구한다면, 베이트는 그 반대편에서 ‘유머와 긴장’을 병치한다. 죠스가 상어의 위엄을 그렸다면, 베이트는 상어의 부조리를 그린다. 그 지점에서 이 영화는 실패작이 아니라, ‘B급 상어 시네마의 괴작’으로 남는다.

 

결국 베이트는 진지하게 보면 허술하고, 가볍게 보면 꽤 즐거운 영화다. 터무니없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끝까지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점이야말로 B급 영화의 미덕이다.

 


“진지하게 보면 웃기고, 가볍게 보면 즐겁다. 그게 B급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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