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음악(Score): 죽음과 부활의 교향곡
<유혹의 선>의 공포는 눈보다 귀로 먼저 찾아온다. 지금은 거장이 된 작곡가 제임스 뉴튼 하워드(James Newton Howard). 1990년 당시 '스튜디오 뮤지션' 출신이었던 그가 어떻게 이 걸작 스코어를 탄생시켰는지, 그 비밀이 밝혀졌다.

"바이올린을 그렇게 쓰면 똥 소리가 나요"
거장도 처음엔 혼나면서 컸다. 당시 지휘자였던 마티 페이지는 제임스에게 "바이올린 파트에 단 2도(Minor Seconds)는 쓰지 마라"고 경고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개똥 같은 소리가 나니까(Because it sounds like shit)." 그 조언 덕분에 영화의 현악기 사운드는 불쾌함 대신 세련된 긴장감을 갖게 되었다.
벌떼의 습격: 통제된 혼돈 (Aleatoric Writing)
영화 전반에 흐르는 웅웅거리는 불안한 소리. 그것은 악보에 그려진 음표가 아니었다. 연주자들에게 "이 음들을 너희 마음대로, 순서 없이, 최대한 빨리 연주해!"라고 지시하는 '우연성 기법'의 결과물이었다. 그 혼돈의 사운드가 바로 죽음의 소리였다.

아버지, 그리고 구원(Redemption)
레이첼이 사후 세계에서 죽은 아버지와 재회하는 장면. 그곳에 흐르는 음악이 유독 가슴 시린 이유는 작곡가의 개인사 때문이다. 10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던 제임스 뉴튼 하워드는 그 장면에 자신의 그리움과 치유를 담았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 조엘 슈마커의 "그냥 미친 듯이 질러봐(Go crazy)"라는 주문 아래 탄생한 웅장한 찬송가 스타일의 곡은, 이 영화의 테마가 공포가 아닌 '구원'임을 웅변한다.
제임스 뉴튼 하워드(James Newton Howard), 그가 누구인가?
"이름은 낯설어도, 이 음악은 무조건 들어봤을걸?"
할리우드 영화 음악계에는 '한스 짐머(Hans Zimmer)'만 있는 게 아니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난 30년간 우리의 고막을 지배해 온 또 한 명의 거장, 그가 바로 제임스 뉴튼 하워드다.

1. 당신이 아는 그 영화, 다 이 형님 작품이다
- <다크 나이트> & <배트맨 비긴즈>: 한스 짐머와 공동 작곡. 그 심장을 긁는 듯한 긴장감, 절반은 이분 몫이다.
- <헝거 게임> 시리즈: 제니퍼 로렌스가 불러 빌보드 차트를 휩쓴 'The Hanging Tree', 이분이 만들었다.
- <식스 센스>: 반전의 충격을 배가시킨 그 서늘한 음악.
- <킹콩 (2005)>: 피터 잭슨 감독의 거대한 스케일을 받쳐준 웅장한 사운드.
-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해리포터의 마법 세계를 이어받은 신비로운 선율.
2. 엘튼 존(Elton John)의 키보디스트 출신? 클래식만 판 샌님일 것 같지만, 사실 그는 70년대 전설적인 팝스타 엘튼 존 밴드의 투어 키보디스트였다. (로큰롤 스피릿이 있다는 소리!) 그래서인지 오케스트라와 전자음악(신디사이저), 팝적인 감성을 섞는 데 도가 텄다. <유혹의 선>에서 보여준 그 세련된 감각이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3. 오스카가 외면한 비운의 천재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 무려 9번이나 노미네이트 됐지만, 아직 한 번도 수상을 못 했다. (영화 음악계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랄까... 물론 레오는 결국 탔지만.) 하지만 상이 없어도 그는 이미 살아있는 전설(Legend)이다.
Epilogue: 비전(Vision)을 남기고 떠난 감독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어차피 그냥 영화일 뿐이잖아."
조엘 슈마커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스태프들에게 남긴 유머와 신뢰는 여전히 남아 있다. 코미디 영화(<섬 걸즈>)의 음악을 듣고 스릴러 영화의 작곡가를 발탁하는 그의 '비전(Vision)'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걸작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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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판 블루레이] 유혹의 선 – 죽음의 선을 넘나든 의학 실험, 그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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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문은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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