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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파리 한복판을 피바다로 만들며 전 세계에 '분노한 아버지'의 신드롬을 일으켰던 리암 니슨의 대표 액션 프랜차이즈 완결편, 2014년작 《테이큰 3(Taken 3)》.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이 2편에 이어 다시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더 이상의 납치는 없다"는 선언과 함께, 전 부인의 살해 누명을 쓰고 쫓기는 브라이언 밀스의 도주극으로 방향을 틀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극장가를 풍미했던 중년 액션의 거대한 유행이 어떻게 그 종착역에 다다랐는지를 보여주는 상업적 팝콘 무비다.

 

상업 영화 프랜차이즈가 수명을 다할 때 나타나는 가장 명백한 징후는, 서사가 활력을 잃어서가 아니라 카메라가 배우의 육체를 감당해 내지 못해 쇼트를 난도질하기 시작할 때다. 2008년 피에르 모렐의 〈테이큰〉은 파리라는 타자의 도시 안에서 딸을 구출하기 위해 돌진하는 리암 니슨의 거대한 신체와 그가 구사하는 간결한 격투술의 '시간성'을 온전히 화면에 담아내며 중년 액션의 신화를 썼다. 그러나 올리비에 메가톤이 연출한 완결편 〈테이큰 3〉에 이르면, 그 묵직했던 육체의 시간은 산산이 부서져 화면 위를 어지럽게 표류한다.

 

영화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카메라가 인물의 노화를 대하는 비겁한 태도에 있다. 환갑을 훌쩍 넘긴 배우의 관절과 근육이 뿜어내는 피로는 스크린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러나 연출은 그 쇠락의 공백을 받아들이거나 우아한 액션의 동선으로 승화시키는 대신, 1초에도 대여섯 번씩 시점을 뒤흔드는 과잉된 점프 컷과 쪼개기 편집으로 은폐하려 든다. 철조망 담장 하나를 뛰어넘는 찰나의 동작을 무려 십수 개의 숏으로 분절해 이어 붙인 그 악명 높은 시퀀스는, 액션의 서스펜스를 직조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배우가 겪고 있는 육체적 고통과 한계를 잔인할 정도로 폭로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보고 있는 관객조차 '굳이 이토록 힘겨운 노인학대의 제스처를 감내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서사 역시 빈곤한 기시감의 연속이다. 〈도망자〉의 구도를 조악하게 모방하며 베이글을 쥐고 사건을 추리하는 포레스트 휘태커의 형사 캐릭터는 둔중하고, 전편들에서 든든한 가족의 울타리였던 새아버지 스튜어트를 보험금을 노린 얄팍한 배신자로 전락시킨 설정은 시리즈가 쌓아온 윤리적 무게감을 제 손으로 무너뜨린다.

 

결국 활주로 위로 포르쉐를 돌진시켜 경비행기를 들이받는 요란한 스펙터클 속에서도 남는 것은 통쾌한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거친 숨을 몰아쉬는 늙은 영웅의 씁쓸한 피로감뿐이다. 자신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던 바로 그 육체를 가혹하게 소모시키며 끝내 헐떡이는 호흡으로 문을 닫고 만, 멀티플렉스 자본주의가 빚어낸 가장 쓸쓸하고 버거운 기획의 잔상이다.

날카롭던 칼날은 무뎌지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늙은 사자의 버거운 질주.
전설의 마침표라기엔 지나치게 피로하고 힘에 부치는 기획의 그늘.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쿠팡플레이(Coupang Play) 평생소장 VOD를 통해 감상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깔끔한 고화질 스트림 덕분에 로스앤젤레스 도심의 때려 부수는 카체이싱과 화려한 폭발 씬은 선명하게 전달되었으나, 화면이 깨끗할수록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특유의 정신 사나운 쪼개기 편집과 주연 배우의 힘겨운 액션 합이 더욱 적나라하게 도드라져 피로감을 더했다. 한때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시리즈의 쓸쓸한 황혼을 확인하게 해 준 작품이기에, 수장고의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랙 한구석에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를 내어준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크레딧이 올라가도 #52] 비움의 윤리학과 영점(零點)의 초현실: 〈빈 집〉이 도달한 침묵의 구원과 작가적 역설에 관하여 No. 243 :: 4K 개봉기 아카이브

 

[크레딧이 올라가도 #52] 비움의 윤리학과 영점(零點)의 초현실: 〈빈 집〉이 도달한 침묵의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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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감상문 보기: [크레딧이 올라가도 #53] 소박한 식탁과 총력전의 공모: 《이 세상의 한구석에 (この世界の片隅に, 2016)》가 은폐하고 드러내는 것들 No. 246 :: 4K 개봉기 아카이브

 

[크레딧이 올라가도 #53] 소박한 식탁과 총력전의 공모: 《이 세상의 한구석에 (この世界の片隅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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