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물은 영화 <악마의 등뼈(The Devil's Backbone, 2001)>의 물리매체에 수록된 부가영상을 보고 개인적으로 정리한 영화 제작과 관련된 비하인드 이야기입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을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려놓은 초기 명작, 영화 <악마의 등뼈 (The Devil's Backbone)>. 1930년대 스페인 내전이라는 비극적인 시대 상황 속에서 고립된 고아원, 그리고 그곳을 맴도는 유령 산티의 이야기를 그린 잔혹 동화인데요.
단순한 공포 영화를 넘어 절절한 멜로드라마와 시적 미학이 가득한 이 작품의 숨겨진 두번째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해 드립니다.

"누렇게 뜬 이빨은 안 돼!" 악역 하신토의 외모에 숨겨진 감독의 천재적 설계
배우 에두아르도 노리에가가 연기한 '하신토'는 원래 시나리오 초안에서는 그저 덩치 크고 무식한 거구의 사내로 구상되었습니다. 하지만 배역을 맡은 에두아르도가 오랜 시간 혹독하게 운동하며 완벽한 피지컬을 만들어왔고, 여기에 감독의 영리한 연출이 더해졌습니다.
당시 배우는 감독에게 "악역이니까 치아를 누렇게 분장해서 비열해 보이게 할까요?"라고 제안했으나, 델 토로 감독은 단칼에 거절했다고 합니다.
"아니요. 하신토는 외관상 최대한 완벽하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겉은 완벽해 보이는 사내가 속내는 얼마나 썩어 문드러져 있는지 관객들이 마주했을 때, 극 중 인물들과 똑같은 충격과 씁쓸함을 느끼게 하려는 감독의 천재적인 의도였습니다.

CG가 아니었다? 유령 '산티'의 기괴한 비주얼을 만든 눈물겨운 수작업
수조 속에 떠다니며 머리에서 붉은 피를 흘리는 유령 '산티'의 강렬한 비주얼은 단순한 컴퓨터 그래픽(CG)이 아닙니다. 제작진은 아역 배우의 얼굴을 본뜬 라이프 캐스트 작업을 토대로 작업실에서 밤낮으로 수없이 많은 조각을 하며 형상을 잡았습니다.
도자기 인형처럼 기괴하면서도 정교한 느낌을 주기 위해 배우 본연의 얼굴에서는 오직 광대뼈와 이마만 최소한으로 남겨두고 보형물을 붙였죠. 게다가 머리에는 플라스틱 캡을 씌운 뒤 가발을 얹어, 유령이 빛줄기를 통과할 때마다 두피 사이로 실제 아이의 머리뼈가 비쳐 보이도록 정교하게 설계했습니다. 오프닝에 나오는 유리병 속 태아들 역시 스태프들이 한 땀 한 땀 직접 조각한 더미였다고 하네요.

배우들에게 건넨 '인물 연대기' 노트와 아역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
델 토로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전술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배우 마리사 파레데스(카르멘 역)에게 그녀의 연기 인생을 통틀어 가장 완벽하고 상세한 '인물 연대기 노트'를 건넸습니다. 작중 시점 이전과 이후를 아우르는 캐릭터의 성격과 취향이 담긴 이 초상화 덕분에, 배우들은 카메라 앞 조그만 숨소리 하나에도 지적인 감정을 실어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하루 12시간 내내 감정을 유지하기 힘든 아역 배우들에게는 "슬픈 감정을 잡으려면 너에게 일어났던 가장 슬픈 기억을 떠올려 보렴" 같은 정서적 접근과 함께, "오른쪽 봐, 왼쪽 봐, 숨을 깊이 쉬어봐" 같은 구체적인 시각적 힌트를 주며 정석적인 교과서적 연출을 탈피한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뽑아냈습니다.

"멕시코도 당장 도입해야 합니다" 델 토로를 행복하게 만든 스페인의 '이것'?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악마의 등뼈>를 찍고 나서 자신의 영화 인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완전히 행복했던 촬영"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스태프들의 엄청난 헌신과 작품에 몰입하는 열정이 자신의 고향인 멕시코 환경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 와중에 델 토로 감독이 꼽은 멕시코와 스페인 촬영장의 단 하나의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스페인 촬영장에서는 점심시간에 반주로 맥주나 와인을 마신다는 점이었죠! 감독은 이에 감동하여 "멕시코 촬영장에도 이 문화(반주)를 당장 도입해야 한다"라며 유쾌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해당 내용은 아래의 물리매체 부가영상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Unboxing] 악마의 등뼈 (The Devil's Backbone, 2001)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악마의 등뼈 (The Devil's Backbone, 2001)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개봉기
Overview: 전쟁의 상흔과 유령이 맴도는 슬픈 고딕 호러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초기 걸작이자, 그의 다크 판타지 세계관이 확립되기 시작한 블루레이 개봉기입니다. 물리 매체 수집가들의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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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화에 대한 감상문은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기분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27] 역사적 비극의 상흔 위에 깃든 슬픈 유령의 동화, 거장의 박식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다크 판타지 3부작의 초석이자 그의 초기 걸작으로 손꼽히는 《악마의 등뼈》는 스페인 내전 말기라는 비극적인 역사의 상흔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딕 풍의 심리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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