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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디 해링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90년대 할리우드 액션의 아이콘 브루스 윌리스가 분투하는 《스트라이킹 디스턴스》는 피츠버그의 자욱한 안개와 강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연쇄살인 추적극이다. 대중적인 액션 블록버스터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상은 주인공의 심리적 고립과 범인을 향한 단서들을 촘촘히 엮어가는 미스터리 서스펜스의 성격이 짙은 작품이다. 세월의 먼지가 뽀얗게 앉은 이 구형 영사기 같은 필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객의 시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과거의 투박한 장르 영화가 현재에 이르러 어떤 새로운 재미와 향수로 치환되는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줄거리: 좌천된 형사, 그리고 다시 시작된 악몽

피츠버그 경찰청의 유능한 살인계 형사 톰 하디(브루스 윌리스)는 악명 높은 '스타킹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던 중, 내부 고발로 인해 동료들과 조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다. 설상가상으로 추격전 도중 아버지를 잃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이 체포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톰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다 결국 모두에게 외면당한다.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과 알코올 중독에 빠져 강변을 표류하던 톰 앞에, 수년이 지난 후 과거 스타킹 살인범의 범행 수법과 일치하는 여성들의 시체가 다시 강물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게다가 희생자들은 모두 톰의 과거 연인들이거나 주변 인물들임이 밝혀지며, 시스템의 외면 속에서 톰은 새로 부임한 파트너 조 매스타니(사라 제시카 파커)와 함께 다시 한번 고독한 추적을 시작한다.

결말: 베일을 벗은 가족의 잔혹한 비밀, 그리고 강 위의 사투 (※ 스포일러 주의)

사건을 파고들수록 범인은 톰의 일거수일투족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으며, 경찰 내부의 무선망과 사정을 손바닥 보듯 알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범인은 다름 아닌 죽은 줄 알았던 톰의 사촌이자 전직 경찰이었던 지미 디틸로였다. 과거 다리 위에서 투신해 자살한 것으로 위장했던 그는, 톰의 집안을 향한 뒤틀린 열등감과 광기에 사로잡혀 복수의 대상을 톰으로 설정하고 잔혹한 연쇄 살인을 벌여왔던 것이다. 지미는 톰의 파트너인 조를 납치해 강변의 외딴 오두막에 감금하고 톰을 유인한다.

 

최후의 전장에서 마주한 사촌 간의 비극적인 혈투는 피츠버그의 강변을 가르는 거친 보트 추격전과 물 위의 사투로 이어진다. 지미는 톰의 목숨을 끊임없이 위협하며 몰아붙이지만, 결국 톰의 기지와 처절한 사투 끝에 범인은 응징을 당하고 조는 무사히 구출된다. 아버지를 죽인 진범을 밝혀내고 마침내 오랜 가문의 악몽과 누명에서 벗어난 톰이 조와 함께 평온을 되찾은 모습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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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불통의 필름이 선사한 뜻밖의 현재적 재미

어린 시절 비디오테이프나 TV 주말 명화로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왜 그토록 재미없게 감상했었는지 그 구체적인 기억은 오랜 세월 속에 휘발되어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희미해진 기억의 필름을 우연한 기회에 다시 돌려보게 되었고, 암전 후 밀려온 소감은 놀랍게도 '생각보다 꽤 재미있다'는 명확한 사실이었다.

 

오래전 그때는 왜 이 영화를 매력 없게 느꼈을까 반추해 보면, 이제야 비로소 그 이유가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영화 초반 시내를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전개되는 차량 추격전 장면은 지금 보아도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대단한 박진감과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강렬한 오프닝 이후 영화는 관객이 기대하는 90년대 브루스 윌리스 특유의 '다이하드'식 폭발적인 물량 공세나 쉴 틈 없는 액션으로 내닫지 않는다. 오히려 피츠버그 강변의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범인의 정체를 조심스럽게 추적해 나가는, 다소 정적이고 호흡이 긴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복잡한 꼬임 없는 단순하고 직설적인 장르 영화를 선호하지만, 장르적 자극에만 매료되어 있던 어린 시절의 눈에는 이 정적인 미스터리의 빈 공간들이 그저 지루하고 심심하게만 다가왔을 터다. 세월이 흘러 영화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지금에야, 비로소 이 영화가 숨겨두었던 정조와 90년대 스릴러 특유의 묵직한 재미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90년대 할리우드가 남긴 전형적이면서도 고독한 서스펜스의 잔상. 초반부 스펙터클한 카 체이스의 짜릿함 이면에 숨겨진 정적인 추적의 묘미를 세월의 필터를 거쳐 재발견하게 만드는, 투박하지만 정겨운 복고풍 스릴러.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정확히 어떤 OTT 플랫폼의 스트리밍 채널이었는지 그 디지털 경로의 이름은 희미해져 기억나지 않지만, 광활한 데이터의 바다 속에서 우연히 조우한 90년대의 유산을 가볍게 러닝하는 것만으로도 밤의 정취는 충분히 무르익었다. 비록 전용 플레이어에 묵직한 피지컬 디스크를 밀어 넣을 때의 황홀한 물리적 탑재감이나, 거장의 복원 소스를 완벽하게 쏘아 올리는 고해상도 블루레이 에디션 특유의 압도적인 화질·음질 스펙에는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상영 환경이었을지 모른다. 소장 가치로서의 정교한 감상이라기보다는 희미해진 기억의 궤적을 확인하기 위한 가벼운 스캔에 가까운 러닝이었지만, 압축된 스트리밍 소스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90년대 아날로그 시네마 특유의 투박한 공기와 브루스 윌리스의 젊은 날의 초상은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어 묘한 복고적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화려한 물리적 성찬 대신 디지털 아카이브의 한구석에서 찾아낸 뜻밖의 재발견을 음미하며, 오늘 밤의 영사를 차분히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크레딧이 올라가도 #22] 사랑의 의무와 짝짓기의 강박, 그 기괴한 시스템이 남긴 서늘한 맹목: 《더 랍스터 (The Lobster, 2015)》 No. 154 :: 4K 개봉기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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