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물은 영화 <서바이벌 오브 더 데드 (Survival of the Dead, 2009)>의 물리매체에 수록된 부가영상을 보고 개인적으로 정리한 영화 제작과 관련된 비하인드 이야기입니다. 재미로 올리는 글이니 가볍게 봤으면 좋겠습니다.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후기작 <서바이벌 오브 더 데드 (Survival of the Dead)>는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거장이 평생을 바쳐온 '좀비 철학'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호러 전문 매거진 '판고리아(Fangoria)'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왜 이 영화를 '서부극' 스타일로 찍었는지, 그리고 왜 현대의 '뛰는 좀비' 트렌드를 그토록 비판했는지, 그 속내를 들여다봅니다.
좀비 영화가 아니라 '테크니컬러 서부극'이다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단순한 좀비물로 보지만, 로메로의 의도는 명확했습니다. 그는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고전 서부극 <빅 컨트리 (The Big Country, 1958)>를 레퍼런스로 삼았습니다.
일부러 와이드 스크린을 선택했고, 당시 유행하던 '채도 뺀(Desaturated) 우울한 톤' 대신, 50년대 테크니컬러 영화처럼 쨍하고 선명한 색감을 고집했습니다. '해트필드와 맥코이' 가문의 불화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좀비가 나오는 서부극이자 전쟁에 대한 풍자였습니다.
비디오 게임이 좀비 장르를 망쳤다?

인터뷰에서 로메로는 현대의 '빠른 좀비(Fast/Running Zombies)' 트렌드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냅니다. 그는 그 원인을 '비디오 게임'에서 찾았습니다.
"비디오 게임은 빨라야 하잖아요. 마치 테트리스처럼요. 벽을 기어오르고 천장을 타고... 영화가 그걸 따라가려다 보니 좀비들이 빨라진 겁니다. 시체가 뛰는 게 말이 안 되니까 '바이러스'나 '분노(Rage)' 설정을 가져온 거죠. 그게 장르 전체를 왜곡(Warp)시켰어요."
그에게 좀비란 "옆집 이웃이었던 시체"이며, "느리고 멍청하지만, 인간의 실수 때문에 위협이 되는 존재"여야만 했습니다.
아날로그의 대부, CG를 옹호하다

특수분장의 대부 '톰 사비니'의 절친인 로메로지만, 의외로 이 영화에서는 CG의 효율성을 칭찬합니다. 이유는 '리셋 시간' 때문입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피를 터뜨리면 청소하고 다시 찍는 데 1시간이 걸리지만, CG로 피를 그려 넣으면 10분 만에 다음 컷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죠. 저예산 독립 영화 현장에서 '시간은 곧 돈'이라는 거장의 현실적인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핵심적인 고어 씬은 여전히 100% 아날로그를 고집했지만요.
로메로의 '만들어지지 못한 걸작들'

이 인터뷰의 백미는 로메로가 구상만 하고 끝내 만들지 못한 프로젝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좀비 느와르 (Zombie Noir): 다음 작품으로 구상했던, 어두운 탐정물 스타일의 좀비 영화.
- 미이라 (The Mummy):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1,200만 달러 예산으로 기획했던 호러 버전 미이라. (결국 엎어지고 우리가 아는 브렌든 프레이저 주연의 액션 영화가 되었죠.)
-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화 프로젝트.
그는 죽는 순간까지 "산소통을 단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영화를 찍겠다"는 존 휴스턴 감독의 열정을 닮고 싶어 했습니다.
좀비는 그저 '허리케인'일 뿐

결국 로메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이었습니다.
"내 영화에서 좀비는 허리케인이나 재난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그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멍청하게 행동해서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가 하는 것이죠."
좀비가 인기가 없어지면 허리케인 영화를 찍으면 그만이라던 그의 농담 속에, '시체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해당 내용은 아래의 블루레이 부가영상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해외판 블루레이] 서바이벌 오브 더 데드 (2010) 블루레이 개봉기 – 로메로의 마지막 좀비 이야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해외판 블루레이] 서바이벌 오브 더 데드 (2010) 블루레이 개봉기 – 로메로의 마지막 좀비 이야
· 조지 A. 로메로의 ‘데드’ 사가 최후기작, 좀비 웨스턴의 변주· 1080p AVC와 DTS-HD MA 5.1 수록, 리전 프리로 감상 범용성↑· 감독 인트로·코멘터리·메이킹·단편·분장 튜토리얼까지 알찬 부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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