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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의 미스터리: "내가 이상한 건가, 세상이 변한 건가?"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왜 이 영화의 평점이 이렇게 높은가?"라는 강렬한 의구심이다. 왓차피디아를 비롯한 각종 영화 커뮤니티에서 쏟아지는 호평과 추천 세례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만 다른 영화를 본 듯한 고립감마저 느껴진다. 이 영화에 쏟아지는 호감작 같은 반응들은 이 영화가 가진 실제 만듦새에 비해 지나치게 과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코미디라는 장르가 원래 호불호가 갈린다지만, 《핸섬가이즈》가 선사하는 '억지 웃음'은 유쾌함보다는 피로감을 준다. 상황 설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웃음이 아니라, "여기서 웃어야 해!"라고 관객의 옆구리를 강제로 찌르는 듯한 유치한 전개는 영화를 보는 내내 곤혹스러움을 자아낸다. 대중의 높은 평점이 원작의 명성에 기댄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극적인 코드에 반응한 결과인지는 모르겠으나, 냉정하게 말해 이 영화는 1점 이상의 가치를 찾기 힘든 결과물이다.

원작의 잔상: 《터커 & 데일 Vs 이블》의 영리함을 망가뜨린 리메이크

이 영화의 뿌리는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터커 & 데일 Vs 이블 (2010)》에 있다. 원작이 호평을 받았던 이유는 '오해'라는 소재를 슬래셔 무비의 문법과 아주 영리하게 결합하여, 잔인한 상황 속에서도 기발한 블랙 코미디를 뽑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핸섬가이즈》는 그 영리한 지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채,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게 따라 하는 데 그쳤다.

 

원작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느껴지는 이 '역함'(상구의 이희준 배우 연기는 정말 보기 힘들었다)과 '유치함'은 리메이크 과정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억지로 주입하려다 생긴 부작용일 가능성이 크다. 원작의 재기발랄한 비틀기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단편적인 슬랩스틱과 촌스러운 감성이다. 만약 원작을 본 뒤에 이 영화를 마주한다면, 그 괴리감은 더욱 참담하게 다가올 것이다. 좋은 원작이라는 재료를 가지고도 이토록 설익은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명백한 연출과 각본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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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고질병: '깊이 없는' 자극과 유아적 히스테리

"정말 몇 몇 영화를 제외하곤 우리나라 영화의 대부분은 깊이가 없다"라는 생각이 이 영화에서 극명하게 증명된다. 선입견 없이 보려 애써도, 시종일관 전개되는 유치한 설정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역한 고어 연출은 '열린 마음'조차 닫게 만든다.

 

공포와 코미디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아니라, 양쪽 모두에서 자극적인 요소만 따와서 버무려 놓으니 남는 것은 불쾌함뿐이다. 깊이 있는 서사나 인물에 대한 탐구 대신, 오로지 말장난과 소동극에만 매몰된 한국 상업 영화의 현주소를 이 영화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원작을 봤다면 좀 달라졌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떨까? 아무래도 비관적일 것 같다. 기본기가 부족한 영화는 원작이 무엇이든 결국 그 본질적인 조잡함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 콘텐츠: 호평에 낚여 샀다가 당근마켓에 직행할 패키지

영화에 대한 근거 없는 호평에 속아 지갑을 열었다면, 아마 이 영화의 블루레이나 DVD는 비닐을 뜯자마자 중고 장터로 향할 운명일 것이다. 패키지가 아무리 예쁘게 뽑혔다 한들,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의 천박함까지 가려주지는 못한다. 굳이 이 조잡한 소동극을 소장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장식장 한구석에서 원작 《터커 & 데일》 옆에 두기엔 원작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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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결론: 대중의 호평 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핸섬가이즈》는 높은 평점이라는 가면을 쓰고 관객을 유혹하지만, 그 실체는 억지 유머와 유치함으로 점철된 조악한 소동극이다. 1점이라는 평점이 결코 박한 것이 아니라, 이 영화가 관객의 소중한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정당한 응징이라 할 수 있다.

 

추천 관객: "나는 유치하고 자극적인 코드라면 무조건 웃는다"라고 자부하는 아주 관대한 관객.

비추천 관객: 치밀한 블랙 코미디와 영리한 각본을 원하는 분들, 억지 웃음과 불쾌한 고어 연출에 알레르기가 있는 모든 정상적인 관객.


높은 평점이라는 '불쾌한 골짜기'에 갇힌 용달차, 원작의 재치는 버리고 억지 웃음과 역함만 싣고 달리는 안타까운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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