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장한 대서사시를 꿈꿨으나 마주한 것은 '유치한 동화책'
판타지 영화의 기준점이 《반지의 제왕》과 《호빗》에 맞춰져 있는 관객에게 《나니아 연대기》는 지독한 갈증만 남기는 영화다. 기대했던 '고인물(LOTR)을 깨주는 영화'가 되기에, 나니아의 세계는 너무나 밝고, 지나치게 가족 지향적이며, 성인 취향의 진지함을 결여하고 있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어두운 현실을 배경으로 깔아놓으며 시작하지만, 옷장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분위기는 급격하게 아동용 판타지로 전락한다. 말하는 동물들과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구도는 '전통 판타지'의 묵직한 서사보다는 잘 만들어진 '어린이용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의 느낌이 강하다. 태생부터 아동 문학에 뿌리를 둔 작품이라지만, 성인 관객이 느끼기엔 그 간극이 너무나 크다.

'판의 미로'의 잔혹함이 그리워지는 '나니아'의 순진함
전쟁의 상처를 입은 아이가 환상의 세계로 도피한다는 설정은 길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와 닮아 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극과 극이다. 《판의 미로》가 현실보다 더 잔혹하고 기괴한 판타지를 통해 시대의 비극을 처절하게 묘사했다면, 《나니아 연대기》는 그 모든 비극을 눈부신 마법과 여왕의 저주라는 예쁜 포장지로 덮어버린다.
어두운 취향을 가진 관객에게 이 영화의 색감과 분위기는 너무나 지나치게 건강하다. 사자 아슬란의 숭고함이나 마녀의 위협조차도 《반지의 제왕》의 사우론이나 나즈굴이 주던 압도적인 공포와 위압감에 비하면 소꿉장난처럼 느껴질 뿐이다. "성인 취향이 좀 섞여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은, 이 영화가 타겟으로 삼은 연령층의 한계를 정확히 짚어낸 것이 아닐까?.

"해리 포터 시리즈는 좀 나을까?"
아직 보지 못한 《해리 포터》 시리즈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리 포터》는 《나니아 연대기》보다는 훨씬 취향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뭐, 《해리 포터》 역시 초반부(1~2편)는 아동용 판타지 느낌이 강하지만, 편수가 거듭될수록(특히 3편 《아즈카반의 죄수》 이후부터) 분위기가 급격히 어두워지고 성인 관객도 몰입할 만한 심리적 갈등과 죽음의 공포를 다루기 시작한다고 들었다. 적어도 《나니아 연대기》가 시종일관 유지하는 그 '순진무구함'보다는 훨씬 세련된 성장을 보여주는 것 같아, 정주행을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나니아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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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는 아쉽지만, 2005년 당시 구현된 나니아의 겨울 풍경과 크리처들의 비주얼은 고화질로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틸다 스윈튼의 차가운 카리스마를 안방에서 소장하고 싶은 팬들을 위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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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결론: 중간계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 비운의 옷장
《나니아 연대기》는 판타지 영화의 교과서적인 재미는 갖추고 있지만, 《반지의 제왕》이 세워놓은 드높은 예술적·서사적 기준치를 넘기에는 역부족이다. 유치한 동화적 설정에 피로감을 느끼는 성인 시네필에게는, 옷장 문을 다시 닫고 싶게 만드는 아쉬운 여정이다.
추천 관객: 아이들과 함께 볼 만한 건전하고 아름다운 판타지를 찾는 부모님, 원작 동화에 대한 향수가 깊은 분들.
비추천 관객: 《반지의 제왕》급의 묵직한 서사 대작을 기대하는 시네필, 《판의 미로》처럼 어둡고 잔혹한 판타지를 선호하는 관객.
'반지의 제왕'이라는 거산(巨山) 아래서 길을 잃은 아동용 나침반, 어른들이 즐기기엔 옷장 속 공기가 너무나 순진하고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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