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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티스 핸슨의 <L.A. 컨피덴셜>(1997)은 각본의 정석이라 불리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코 깔끔하거나 정의롭지 않다. 오히려 이 영화는 '결함 있는 놈들이 더 나쁜 놈을 잡기 위해 진흙탕에서 구르는 이야기'에 가깝다. 특히 버드 화이트의 그 모순된 행동은 이 영화가 가진 하드보일드한 냉소주의를 극명하게 드러내며, 이러한 인간적 결함들까지 정교한 복선으로 치환해버린 각본의 완결성을 증명한다.

 각본의 승리, 세 갈래의 물줄기가 '나이트 아울'로 모이는 완벽한 설계

영화는 출세에 눈먼 에드, 돈과 명예에 취한 잭(케빈 스페이시), 그리고 폭주하는 버드를 각기 다른 방향에서 출발시킨다. 이들은 서로를 경멸하고 불신하지만, 각본은 '나이트 아울 살인사건'이라는 거대한 늪 속으로 이들을 강제로 밀어 넣는다.

 

서로의 결함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결함 때문에 진실에 다가가는 역설! 에드의 냉철한 두뇌와 버드의 무식한 주먹이 합쳐졌을 때, 비로소 L.A. 전체를 지배하던 거대한 악의 축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더들리 스미스(제임스 크롬웰)의 실체가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버드의 그 통제 불능한 폭력조차 진실을 캐내는 '도구'로 소비되는 방식은 소름 돋을 정도로 치밀하다.

버드 화이트, '기사도'라는 이름의 광기와 하드보일드한 냉소주의

버드 화이트는 언뜻 보면 불우한 과거(어머니를 폭력으로 잃은 트라우마) 때문에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놈들만 조지는 '다크 나이트'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결국 폭력 그 자체에 중독된 짐승일 뿐이다. 린(킴 베이싱어)이 음모에 빠져 에드(가이 피어스)와 잤다는 걸 알았을 때, 그가 보여준 반응은 '이해'나 '슬픔'이 아니라 폭발적인 '분노'와 '손찌검'이었다.

 

여기서 또 각본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버드의 폭력은 정의의 도구가 아니라, 그저 제어되지 않는 그의 본능일 뿐이라는 걸 이 장면 하나로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합리적인 기준이 있는 경찰이 아니라, 자기 감정이 상하면 언제든 멧돼지처럼 돌진하는 위험 요소며 '폭력성'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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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훈장은 수여되지만, 진실은 매립된다

영화의 결말은 카타르시스와 씁쓸함이 공존한다. 모든 음모의 흑막인 더들리를 처단하지만, 경찰 조직은 자신들의 치부를 덮기 위해 더들리를 '영웅'으로 포장해 장례를 치러준다. 진실을 밝힌 에드는 그 대가로 초고속 승진(훈장)을 얻고, 딸피가 된 버드는 린과 함께 L.A.를 떠난다.

 

결국 '정의'는 승리한 것이 아니라 '협상'된 것이다. 악당은 사라졌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부패해 있고, 에드는 그 시스템의 정점으로 걸어 들어간다. 버드의 '또라이성'은 결국 이 부패한 도시 L.A.가 낳은 필연적인 부산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나쁜 놈을 잡기 위해 더러운 놈과 손을 잡아야 하는 현실, 그게 바로 <L.A. 컨피덴셜>이 남긴 차가운 교훈이다.


"정의라는 이름의 배지를 달고 각기 다른 욕망과 광기로 질주하던 세 형사가, 부패한 도시의 심장을 도려내기 위해 스스로 진흙탕이 되기를 자처한 완벽한 하드보일드 잔혹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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