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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어렸을 적에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1991)'을 처음 봤다. 당시엔 단순히 한니발 렉터인육 섭취에 대한 충격적인 소문과 '꼭 봐야 하는 영화'라는 평가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채 영화를 접했다. 당연히 이 영화는 단순한 공포영화일 거라고 생각했었고, 엽기적인 장면만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왠만하면 한 번 본 영화는 다시 보지 않는 어리석은 고집이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시 보고 그 생각을 고쳐먹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어린 시절의 시선으로는 단순히 공포스럽고 엽기적인 장면만이 전부라고 여겼지만, 다시 보니 그것은 이 영화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천재 사이코패스, 한니발 렉터 박사의 흔치 않은 카리스마

다시 한번 느끼지만,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정말 흔하지 않은 카리스마다. 젊은 요원 클라리스에게 던지는 "굿모닝, 클라리스." 한 마디는, 그가 철창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초인적인 힘(노구에도 젊은 성인 남성을 간단하게 제압), 지성이면 지성, 예술적 감성이면 감성 등 그 어느 하나 범인은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갖고 있다. 실존 인물이었다면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 중 엽기적인 사건으로 유명한 사이코패스로 이름이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버팔로 빌 검거 장면의 소름 돋는 교차 편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영화의 절정이었던 버팔로 빌을 잡는 시퀀스였다. 분명 크로포드 국장은 헛다리를 짚고 있다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클라리스가 버팔로 빌의 집을 찾는 장면과 교차 편집을 통해 관객을 깜박 속게 만드는 연출 능력이란... 알면서도 당하니, 영화를 보며 이런 극도의 희열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프리퀄과 후속작: 한니발 렉터 유니버스를 파고들다

이 영화는 그해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 63개의 수상과 51개의 후보에 오르는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 결과 프리퀄 영화와 버팔로 빌 사건 이후를 다루는 후속작들이 만들어졌으며,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글쓴이는 사라진 한니발 렉터를 그린 후속작 <한니발(Hannibal, 2001)>을 보았다. (물론 '양들의 침묵'만큼은 아니었지만) 나쁘지만은 않았다. 참고로 여기서는 조디 포스터가 아닌 줄리안 무어가 클라리스 스탈링 역을 맡았다.이후의 렉터 박사의 행보가 궁금하시다면, 글쓴이가 작성했던 [영화 한니발(2001) 상세 리뷰]를 참고해 보시길.

(💡 참고: [영화 한니발(2001) 상세 리뷰] [심리 스릴러 회고] 한니발 추천 – 괴물이 된 천재, 아름다움에 집착한 공포 :: 4K 개봉기 아카이브)

 

[심리 스릴러 회고] 한니발 추천 – 괴물이 된 천재, 아름다움에 집착한 공포

· 몇 년 전 구입한 타이틀, 이제야 감상 완료.· 여전히 강렬한 렉터 박사의 지성과 잔인함, 그리고 기품.· 우아함과 잔혹함이 공존하는 한니발의 딜레마.· 줄리안 무어의 클라리스도 의외로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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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저도 아닌 후속편 남발의 영화는 아니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관련된 다른 영화들도 기회가 되면 구입해서 봐야겠다. 이것이 한니발 렉터 박사라는 존재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어쨌든 한니발 렉터가 클라리스에게 던진 섬뜩한 질문처럼, "양들은 울음을 그쳤나?"라는 명대사는 결국 클라리스가 자신의 과거 트라우마를 극복했는지, 혹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녀의 내면 속 공포와 싸움이 계속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처럼 영화는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죄책감과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지옥의 문을 여는 열쇠를 쥔 천재 사이코패스와, 그와 마주해야만 하는 여성 FBI 수습 요원의 잔혹하고 매혹적인 심리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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