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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앞서 본 내용에는 과격한 표현이 많습니다. 

 

이 영화 <제7의 봉인(The Seventh Seal, 1957)>을 보고 다시 한번 느낀다. 씨발, 세상은 넓고 내가 아직까지 보지 못한 진짜배기 영화들이 존나 많다는 사실이 기쁘다 못해 분할 지경이다. 잉마르 베리만? 솔직히 감독 이름만 들어봤지 그의 작품을 챙겨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냥 관심이 없었다'는 변명이 가장 정확하겠지.

 

근데 이 작품을 보고 나니, '블루레이로 출시된' 그의 작품들은 무조건 다 챙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때린다. 과거의 영화가 굳이 돈 들여 블루레이로 나온다는 건, 최소한 작품성과 시대를 초월한 개띵작이라는 증명 아니겠나.

 

베리만이 어떤 인간인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건 귀찮으니 넘어가자. 다만 이 인간은 "삶과 죽음, 신과 인간" 같은 형이상학적인 개소리들을 스크린에 쏟아부은 영화계의 거인이라는 것만 알면 된다. 60여 편의 영화와 170여 편의 연극을 연출했다니, 그 방대한 작업량과 질만 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칸느 영화제에서 최초로 '황금종려상 중의 종려상'을 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감독의 위상은 그냥 끝난 거다.

 

💀 죽음과의 개수작, 그리고 헛된 희망

영화의 배경은 십자군 전쟁을 끝내고 페스트가 창궐한 고향으로 되돌아온 기사 '블로크'의 여정이다. 이 새끼는 전쟁터에서 사람 죽이는 건 잘했을지 몰라도, 정작 자신의 신앙심과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 앞에서 존나게 흔들리는 나약한 인간이다.

 

그를 데리러 나타난 저승사자 앞에서 블로크가 꺼내는 카드가 바로 '체스 내기'다. 기껏 한다는 짓이 죽음의 사신을 상대로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헛된 도박인 거다. 누가 봐도 질 게임. 하지만 블로크에게는 이 시간이 신의 구원이든 확실한 파멸이든, 이 지독한 혼란을 끝낼 '단서'를 찾기 위한 마지막 발버둥이었을 거다. 구원을 받기 원했다? 개뿔, 그냥 자기가 겪은 혼란을 종식시키고 싶었던 거다.

💀 지옥이 된 귀향길

집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인류의 흑역사 퍼레이드다. 페스트로 뒤덮인 마을, 마녀 재판의 광기, 그리고 신의 저주를 풀겠다고 채찍질하며 스스로를 학대하는 미친 무리들. 이런 지옥도를 보는데 블로크의 회의감이 더 깊어지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신이 있다면 왜 이딴 꼴을 방치하는가?"라는 질문은 십자군 전쟁의 피를 묻히고 돌아온 기사에게 더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을 거다.

 

 

결국 체스 대결의 승리는 당연하게도 죽음의 사신에게 돌아간다. 블로크와 그의 종자, 아내 등 딱 일곱 명이 죽음의 사신에게 끌려가 '죽음의 춤'을 추며 봉인을 완성한다. 영화 제목처럼 '제7의 봉인'은 결국 인간의 삶이 끝나는 순간이자, 헛된 희망이 완벽하게 박살 나는 순간인 셈이다.

 

문득 이 당시 십자군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기사들의 공통적인 심리가 '신은 개뿔' 하는 회의감이었을까 싶다. 고향이 페스트의 창궐로 또 다른 지옥이 된 것을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말일지도. 그래서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시즌 오브 더 위치: 마녀 호송단(Season Of The Witch, 2010)> 같은 영화가 떠오른다. 딱 들어맞지는 않아도, 암흑기에 신앙을 시험하는 베이스는 분명 이 영화에서 빌려온 면이 없지 않게 느껴진다.

 

흑백 화면이 주는 깊이감과 온기는 다시 봐도 너무 좋다. 단순한 흑백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예술이다. 존나 무겁지만, 인생에 대해 한번쯤은 똥 싸는 것처럼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다면 꼭 보길 강력하게 추천하는 영화다.

 


"신의 침묵 속에서, 기사는 죽음과 체스를 두고, 패배자는 필연적으로 '죽음의 춤'을 추게 되는, 지독하고 냉소적인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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