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좆밥 루저들의 개쌉소리! 좀비 아포칼립스에 대한 영국식 무심함.
- 희망? 지랄 마라. 단골 펍에서 맥주 마시는 게 더 중요하다.
- 좀비 떼 속에서도 우정을 지키는 법: 묶어놓고 플스나 돌려라.
- 미국 좀비랜드? 꺼져라. 이게 진짜 찌질함 속의 낭만이다.

이 블로그에서도 <좀비랜드(Zombieland, 2009)>를 리뷰했었지. 그리고 그때도 내가 언급했지만,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갈 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좀비랜드>보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무조건 더 재미있고 훨씬 낫다고 본다.
어쨌든 대부분의 좀비 영화들이 결말은 하나같이 암울하잖아. '희망 같은 건 애초에 없으니 꿈도 꾸지 말라'는 식의 엿 같은 결말 말이다. 근데 이 두 영화는 그나마 '해피엔딩'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결말이 있는 좀비 영화로 따지면,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그냥 압승이다.
뭐랄까, 이 영화가 좀 더 친숙하고 정이 가는 느낌이 확 온다고 해야 하나?
물론 나도 인정한다. 이 영화가 <좀비랜드>보다 똑같은 병신 캐릭터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거. 빨리 죽어 화면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딱 그런 종류의, 민폐 쩌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서 보는 내내 혈압 오르게 만든다. 근데 웃긴 건, <좀비랜드>에서는 절대 느껴지지 않는 뭔가 짠한 것이 이 영화에는 느껴진다.
아마 두 영화를 모두 본 사람들은 내가 말하는 그 '뭔가'가 뭔지 바로 알 거다. <좀비랜드>가 존나 미국식으로 빠르고 화끈하게 치고 나가는 '생존 규칙' 로드 무비라면,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그냥 영국식 시트콤이다. 좀비가 세상을 덮치든 말든, 주인공 숀 이 새끼는 오직 자기 일상만 걱정한다. 헤어진 여자친구랑 화해하고, 엄마 모시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골 펍'에 가서 일단 맥주부터 마셔야겠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찌질한 미션을 수행할 뿐이다.



이게 바로 이 영화의 매력이다. 종말이 와도 우리는 여전히 찌질하고, 여전히 친구를 아끼고, 여전히 맥주를 마셔야 한다는 영국 특유의 염세적이고도 낭만적인 자세가 깔려있달까.
특히 주인공 숀과 단짝 에드의 관계가 핵심이다. 에드가 좀비에게 물렸을 때, 숀은 대단한 슬픔에 빠지거나 정의감에 불타지 않는다. 그저 지켜야 할 우정이니까.
결국 이 영화의 해피 엔딩은 세상이 구원받아서가 아니다. 숀이라는 좆밥 루저가 지켜야 할 것들(엄마, 여자친구, 그리고 에드)을 지켜냈다는 개인적인 승리라서 좋다. 그리고 그 지켜낸 우정이라는 게, 좀비가 된 에드를 쇠사슬로 묶어놓고 창고에서 같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하는 지극히 기괴한 형태라는 점이 이 영화의 정수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단순한 좀비 코미디 장르를 넘어섰다.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의 일상에 좀비라는 재앙을 들이부어놓고, "씨발, 그래도 우리는 산다"는 걸 보여주는 현실 밀착형 블랙 코미디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더 마음에 와닿고, 훨씬 깊은 여운을 준다고 본다.
씨발, 지랄 같은 세상에선 일단 맥주 한 잔 하고 친구랑 플스나 돌리는 게 가장 완벽한 해피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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