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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액션 전설의 귀환, 하지만 이제는 끝내야 할 시리즈
· 멕시코 카르텔과의 전면전을 다룬, 람보식 복수극
· 고어·슬래셔물에 가까운 폭력 묘사로 방향 전환
· 그럼에도 분노의 카타르시스를 끝까지 밀어붙인 결말


람보 시리즈도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누군가 마침표를 찍어줬으면 하는 대표적인 프랜차이즈가 되어버렸다. 1편의 감동, 2편의 화려한 액션 이후, 그 뒤를 잇는 작품들은 전설을 흐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사실 이번 영화 제목을 보며 살짝 혼란이 왔다. 2008년에 “Rambo”로 개봉한 4편의 국내 제목이 이미 “람보 4: 라스트 블러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5편 원제는 “Last Blood”인데, 국내 출시 시 제목은 또 “라스트 워”로 번역되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제목 장난을 반복하는 건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영화는 조용한 시골 목장에서 말과 함께 살아가던 람보가 돌봐주던 소녀 가브리엘이 멕시코에서 납치되며 시작된다. 카르텔에게 납치된 그녀를 구하기 위해 람보는 다시 전쟁터로 나서고, 구출은 성공하지만 그녀는 결국 죽고 만다. 그 순간, 고요히 억눌러두었던 람보의 분노가 폭발한다.

 

여기서부터는 복수극의 전형적인 전개다. 람보는 자신의 농장을 함정으로 개조하고, 카르텔의 전 조직원을 유인해 학살에 가까운 전투를 벌인다. 하지만 이 과정이 지나치게 고어하다. 특히 심장을 도려내는 장면이나, 뼈를 으스러뜨리는 고문 같은 연출은 슬래셔물에 가까울 정도였다. 전편들을 떠올리면 이 정도의 수위는 오히려 낯설다. 제작진이 감동도, 연출도 안 되니 잔혹함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또 하나의 아쉬움은 카르텔 집단의 묘사다. 마치 동네 양아치 수준의 조직으로 묘사되어, 전직 전쟁 영웅이 단독으로 초토화시키는 전개가 설득력을 잃는다. 《나르코스》《시카리오》 같은 작품들과 비교하면 이 묘사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유치하다. 아무리 람보가 전설이라 해도, 이런 전개는 현실감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징의 카타르시스만큼은 분명 존재한다. 오랜 침묵 끝에 폭발하는 람보의 분노는 여전히 스크린을 장악하고, 정의는 죽지 않는다는 슬로건처럼 모든 악을 소탕하는 엔딩은 감정적으로는 후련한 부분도 있었다.

 

결국 이 영화는 존 람보라는 캐릭터의 피날레를 위한 무리한 시도였다. 그가 다시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1편의 엔딩과 감정선이 겹치며 어느 정도 납득할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3편에서 마무리되었어야 했다. 이제는 정말 그를 쉬게 해줬으면 한다.

 


“람보는 죽지 않는다. 다만 또 다른 전쟁을 떠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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