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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는 나의 것' 이후, 이제는 내 취향이 아니라고 확신하게 된 작품.
· 박찬욱 감독의 뱀파이어 해석, 그리고 욕망을 말하는 방식.
· '박쥐'가 아닌 'Thirst'라는 제목이 더 와닿았던 이유.
· 송강호·김옥빈의 연기와 세트, 분위기만큼은 역시 감탄할 만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는 확신했다. 이제 나는 박찬욱 감독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딱 '공동경비구역 JSA'와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까지만—그 이후부터는 어딘가 불편했고, 그나마 <아가씨>는 기묘한 감정과 미장센에 감탄하면서도 불쾌함이 앞섰다. 하지만 『박쥐』는 나에게 그 경계선을 아예 지워버렸다.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 영화였다.

 

내용은 비극이다. 스스로 실험에 참가해 뱀파이어가 된 사제 상현, 가난과 고통의 굴레 속에서 사는 태주. 그들은 ‘뱀파이어’라는 능력을 통해 자기 안의 욕망과 본능을 폭발시킨다. 잊고 눌러온 것들이 마치 스프링처럼 튕겨 오르고, 그 끝은 파멸임을 알면서도 브레이크 없이 내달린다.

 

어떤 장면들은 정말 뜬금없고, 이해하기 어렵다.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큼의 생경한 비주얼이 반복된다. 하지만 영화의 원제 ‘Thirst’를 떠올리게 하는 순간, 그 모든 장면이 결국 하나로 묶인다. 이 영화는 단순한 뱀파이어물이 아니라, ‘갈망’과 ‘갈증’에 대한 이야기다.

 

 

태주와 상현은 어쩌면 우리 안에 숨겨진 자아다. 우리는 욕망을 초자아로 억누르고 살아가지만, 그들은 그것을 뱀파이어라는 존재로 드러내고 폭주한다. 누군가에겐 그 뱀파이어의 욕망이 ‘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박찬욱 감독의 캐스팅.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까지—그 누구 하나 연기에서 빠지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소품과 세트. 태주의 집 한복방에서 느껴지는 앤틱함, 음울함, 미묘한 공포는 정말 박찬욱답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김지운 감독과 더불어, 이런 디테일의 연출은 단연 최고다.

 

결국 『박쥐』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감정, 감당할 수 없는 방식의 영화였다. 슬프고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또 한번 느낀다. 앞으로도 이런 영화가 계속 나올 것이고, 나는 또 보게 되겠지. 그리고 또 서글퍼지겠지.


“박쥐는 내게 끝을 알게 해줬다. 더 이상은 아니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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