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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의 거장 박찬욱 감독이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뱀파이어물로 치환해 낸 《박쥐》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축축하고 관능적인 작품이다. 피가 낭자하는 잔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서늘한 미장센은 관객을 기묘한 매혹에 빠뜨린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뱀파이어'라는 자극적인 외피를 한 꺼풀 벗겨내면, 이 영화의 진짜 맨얼굴인 인간의 지독한 '결핍'과 타는 듯한 '갈증'이 모습을 드러낸다.

뱀파이어는 핑계일 뿐, 본질은 지독한 '결핍'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박쥐(Bat)가 아닌 '갈증(Thirst)'이다. 상현(송강호)과 태주(김옥빈)가 앓고 있는 진짜 병은 뱀파이어 바이러스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갉아먹고 있던 영혼의 결핍이다. 신앙과 억눌린 육체적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던 상현, 그리고 무기력한 남편과 히스테릭한 시어머니 아래서 생기를 잃어가던 태주. 피를 마신다는 뱀파이어의 생존 방식은 사실 이들이 그토록 갈구하던 자유와 욕망, 그리고 텅 빈 내면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아주 자극적이고 훌륭한 핑곗거리에 불과하다.

결핍을 매혹적으로 포장하는 기괴한 미장센

박찬욱 감독은 이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두 남녀의 결핍을 지독하게 불쾌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게 아름다운 이미지로 포장해 낸다. 오래된 적산가옥의 기하학적인 벽지 무늬, 핏빛보다 더 강렬한 태주의 푸른 드레스, 그리고 맨발로 밤거리를 짐승처럼 뛰어다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서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도덕적 타락과 살인이라는 끔찍한 행위조차 카메라의 섬세한 앵글과 미술을 거치며 묘하게 우아한 파멸의 춤사위처럼 묘사된다.

타는 목마름의 끝, 재가 되어버린 구원 (※ 결말 스포일러)

결핍을 채우려 발버둥 칠수록 두 사람의 갈증은 통제 불능의 쾌락과 살육으로 변질된다. 괴물이 되어버린 태주를 보며 딜레마에 빠진 상현은, 결국 구원받지 못한 두 영혼의 안식을 위해 허허벌판 간척지로 차를 몬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피하려 차 밑으로 숨어드는 태주를 끌어안고 함께 재로 타들어 가는 상현의 마지막 선택. 타는 듯한 갈증(Thirst)의 종착지가 결국 한 줌의 메마른 잿더미라는 사실은, 영화 역사상 가장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엔딩을 완성한다.


 

"왜 영문 제목이 Bat가 아닌 Thirst인지 영화를 보니 알겠다. 뱀파이어는 단지 핑계일 뿐, 그들은 여러모로 결핍되어 있으며 그 결핍을 보기 좋게 포장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종교적 구원도, 세속적 쾌락도 채워주지 못한 밑 빠진 독 같은 인간의 결핍. 《박쥐》는 그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피비린내 나는 뱀파이어 신화로 기분 나쁘게, 그러나 너무나도 아름답게 포장해 낸 기괴한 마스터피스다.

 


💿 물리 매체 수집가의 덧붙이는 기록 적산가옥의 축축하고 어두운 실내, 그리고 그 안에서 번뜩이는 태주의 광기 어린 눈빛과 붉은 피의 대비는 비트레이트가 꽉 찬 물리 매체를 통해서만 그 진짜 질감을 확인할 수 있다. 노션(Notion)에 정성스레 정리해 둔 한국 영화 블루레이 컬렉션 DB 중에서도, 이 작품의 스틸북은 유독 손끝에 닿는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마저 영화의 톤 앤 매너를 닮아있어 소장 가치를 더욱 빛낸다.

 

[해외판 블루레이 개봉기] 박쥐 (Thirst, 2009) - 박찬욱 감독의 에로틱하고 잔혹한 미학 :: 4K 개봉기 아카이브

 

[해외판 블루레이 개봉기] 박쥐 (Thirst, 2009) - 박찬욱 감독의 에로틱하고 잔혹한 미학

🦇 타이틀 개요: 욕망과 구원의 미학, 해외판으로 기록하다박찬욱 감독의 뱀파이어 오컬트 영화 '박쥐 (Thirst)' 해외판 블루레이 개봉기입니다. 이 타이틀은 Kino Lorber (키노 로버) 레이블에서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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