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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엔틴 타란티노의 8편의 작품을 통해 감독의 영화 세계를 추적한 다큐멘터리
· 사무엘 L. 잭슨을 포함한 동료들의 증언으로 구성된 존경과 찬사의 연대기
· 영화적 텍스트보다 감독의 정체성과 창작욕에 집중한 구성
· 타란티노의 팬이라면 다시 필모그래피를 복기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작품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까진 나 역시 ‘쿠엔틴 타란티노의 8번째 영화’라는 제목에서 극영화를 기대했다. 사무엘 L. 잭슨이 화면에 등장해 인터뷰를 시작할 때까지도 말이다. 그제야 이 작품이 픽션이 아닌 다큐멘터리임을 깨달았다. 타란티노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꽤나 설레는 마음으로 재생했던 터라, 이와 같은 혼란은 다소 의외였다.

 

나는 보통 영화를 보기 전에 줄거리나 감독, 평점을 잘 보지 않으려 한다. 그런 정보들은 종종 선입견을 만들어 영화의 진짜 재미를 방해하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습관 덕분에 이런 ‘서프라이즈’도 종종 맞이하게 된다. 물론 이번 경우처럼, 내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해서 꼭 실망스럽지만은 않았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내 기억 속 타란티노 필모그래피가 의외로 듬성듬성 비어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챙겨 본 줄 알았던 작품들이 실제로는 스쳐 지나간 수준이거나, 기억에 흐릿하게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강제로 ‘정주행’할 필요는 없다. 이 다큐가 남기는 인상 중 하나는, ‘언제든 기회가 닿으면 다시 보고 싶다’는 자극 그 자체다.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던 건 그의 감독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이 아니라, <황혼에서 새벽까지>였다. 로드리게즈 감독이 연출하고, 타란티노가 출연까지 했던 그 영화에서 그의 ‘또라이 연기’는 꽤 충격적이었다. 이후에야 <펄프 픽션>과 <재키 브라운>을 통해 그의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그를 평론가처럼 평하고 싶진 않다. 타란티노는 ‘보는 것 자체’가 최고의 평가다. 우리나라에서도 ‘믿고 보는 감독’들이 있듯, 해외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그 중 하나다. 대형 블록버스터의 물량 공세와는 결이 다른, ‘자기만의 언어와 색’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감독. 그는 확실히 그런 인물이다.

 

이 다큐는 그의 세계를 정리하기보다는, 감독 본인의 선언(12편까지만 만들고 은퇴하겠다)에 대한 일종의 헌사처럼 느껴졌다. 영화 한 편 한 편을 창작자로서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는지를 보여주며, 팬이라면 깊은 애정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드는 감정선을 자극한다.

 


“아직 못 본 영화가 많다는 사실이, 팬으로서 부끄러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즐거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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