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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The Asylum 제작, 마션 짝퉁으로 등장한 B급 SF
· 초저예산 특수효과와 허술한 각본이 만든 총체적 난국
· CG, 연출, 연기 모두 재난이라 불린 망작 중의 망작
· “마션 랜드 결말 해석”은 허무와 피로만 남긴 반면교사


마션 랜드(Martian Land, 2015)는 The Asylum이 제작한 저예산 SF 재난 영화다. 리들리 스콧의 마션(2015)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자, 그 열풍에 편승하기 위해 급조된 흔적이 역력한 작품이다. 이 회사는 블록버스터 흥행작이 나오면 늘 비슷한 콘셉트의 짝퉁 영화를 내놓는 것으로 악명 높은데, 마션 랜드는 그 중에서도 단연 최악으로 꼽힌다.

 

영화의 설정은 표면적으로는 흥미로워 보인다. 인류가 화성에 도시를 건설했지만, 거대한 모래폭풍이 도시를 파괴하려 하고, 주인공들은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줄거리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이야기가 영화적 긴장이나 과학적 디테일과 전혀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화성이라는 배경은 단순한 붉은색 필터와 허술한 CG로 표현되고, 도시의 위기 상황은 반복적인 폭풍 그래픽 몇 개로만 그려진다.

 

관객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건 조악한 특수효과다. 화성의 거대한 폭풍은 마치 90년대 초반의 PC 게임에서 본 듯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심지어 폭풍 장면이 몇 번이고 복붙된 듯 반복되면서, 러닝타임이 늘어질수록 긴장감 대신 피로만 쌓인다. “CG가 아니라 GIF 애니메이션 같다”는 혹평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연출과 각본은 CG보다 더 심각하다. 재난 영화라면 관객이 인물들의 운명에 몰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마션 랜드의 캐릭터들은 모두 종이인형처럼 움직인다. 위기 상황에서 서로 다투거나 협력하는 장면조차 뜬금없고, 대사 하나하나가 억지스럽게 끼워 맞춰진 티가 난다. 과학적 논리나 감정적 설득력이 결여된 채, 영화는 그저 사건을 나열하며 시간을 채우는 데 급급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았을 정도다. 절박해야 할 장면에서 미소를 띠거나, 분노해야 할 순간에 기계적으로 대사를 읊는다. 저예산 영화라고 해서 연기의 힘이 사라지는 건 아닌데, 이 작품은 감독이 배우들에게 어떤 연기 톤을 요구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다. 결국 인물들이 살아남든 죽든, 관객의 몰입은 단 한순간도 생기지 않는다.

 

 

마션 랜드 결말 해석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주인공들이 폭풍을 막아내는 듯한 장면이 이어지지만, 그 과정은 서사의 설득력이나 긴장과 전혀 무관하다. 모든 장면이 억지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결말은 “재난이 해결되었다”는 메시지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관객이 느끼는 건 이야기의 여운이 아니라,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션 랜드는 망작 중의 망작으로 꼽히며 일부 B급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컬트적인 위치를 얻었다. 좋은 영화가 감동을 주는 반면, 나쁜 영화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재난 영화에서 CGI, 연기, 각본, 연출이 동시에 실패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극명하게 증명한다. 그래서 “영화 제작 수업에서 반면교사로 틀어야 할 영화”라는 평가도 있다.

 

마션 랜드는 결국 화성의 모래폭풍보다 더 거대한 재난을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무성의한 영화 제작 과정 자체다. 재난 영화라는 장르가 관객에게 요구하는 긴장감, SF 영화가 가져야 할 세계관의 설득력, 드라마가 전달해야 할 감정—이 모든 것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무기력과 조악함만이 남아 있다.

 

2018년 국내 정식 개봉을 했던데 극장에서 이 걸 본 분들께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환불요구로 난동을 부려도 할 말 없는 영화.


“끝없는 모래폭풍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영화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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