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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새벽, 우연히 다시 본 영화
· 영화보다 앞섰던 ‘현실’의 무게
· 감정선을 방해한 억지 개그 코드
· 택시운전사·26년과의 비교가 필요한 이유


요즘 들어 한국 영화를 거의 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최근의 작품들이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고, 검증된 감독의 영화들조차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혹시 내가 놓친 좋은 영화들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넷플릭스를 뒤적이던 중, 첫 번째로 선택한 작품이 바로 《화려한 휴가》였다. 놀랍게도 그 시점은 5월 18일 새벽이었다.

 

이 영화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이다. 그날의 광주를 다시 보여주는 영화들이 여럿 있지만, ‘이 영화로 5.18을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한 입문작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에게는 조금 달랐다.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 이미 들어본 사건, 이미 분노했던 현실. 그래서일까, 영화가 담은 진심보다도 현실의 무게가 더 크게 다가왔다.

 

우선 서두에서부터 영화는 “죽은 자는 있으나 죽인 자는 없다”는 현실을 환기시킨다. 지금도 광주의 진실은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자는 단죄되지 않았으며, 반성 없는 가해자들은 떳떳하게 살아간다. 이 영화는 그런 분노의 기록이자 기억의 연장선이다. 다만 그 전달 방식이 다소 유치하고 억지스럽게 느껴진다는 점이 아쉽다.

 

 

특히 인봉과 용대 캐릭터의 억지 개그는 몰입을 심하게 방해했다. 비극의 중심에 있는 서사를 감정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영화가, 도리어 ‘웃음’을 억지로 끼워넣으며 무게중심을 잃는다. 캐스팅은 화려하지만, 그 감정선은 가볍다. 차라리

《택시운전사》나 《26년》이 보여준 방식이 더 성숙하고 진중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아직도 ‘왜곡된 기억’을 진실인 양 떠드는 일부 세력들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이런 영화는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상영되어야 한다. 비록 영화적 완성도에는 아쉬움이 남더라도, 기억을 되새기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더 이상 ‘반성 없는 시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죽은 자는 있으나, 죽인 자는 없다. 그 비극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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