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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이 겹치며 전개되는 남녀의 반복된 만남
·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 복고 감성
· 느릿한 서사와 정적인 연출, 공감이 어려웠던 감정선
· 감흥보다는 아쉬움이 컸던 로맨스 드라마


이 영화에 끌린 건 단순했다. ‘유열의 음악앨범’이라는 제목이 풍기는 라디오의 감성,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 그리고 정해인과 김고은이라는 조합.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결과는 의외로 심심했다.

 

전체적으로 전개가 느리다는 느낌은 초반부터 끝까지 따라붙었고, 그 느림이 차분한 몰입보다는 어느 순간 답답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서사의 중심이 되는 건 두 남녀의 인연이지만, 그 인연은 운명이기보단 ‘우연의 연속’이라는 말이 더 적확하다. 기차역, 라디오, 우편, 거리에서 재회하고 또 헤어지는 반복된 서사는 낭만을 넘어서 어쩌면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의 나열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90년대의 시대 배경을 충실히 재현하려는 노력은 돋보인다. PC통신과 낡은 골목 풍경, 단말기 없는 공중전화박스, 그리고 흐릿한 음질의 음악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는 복고적인 향수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 감성은 영화의 전부였고, 감정선이나 캐릭터의 서사는 한없이 평범하게 흘러갔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보고 오히려 《건축학개론》이나 《클래식》처럼 완성도 높은 멜로물들이 왜 더 오랫동안 회자되는지를 다시금 느꼈다. 이 영화는 마치 흐릿한 옛날 사진처럼 아련하게 남긴 하지만, 그 사진이 유독 특별하거나 강렬한 감정을 남기진 못한다. 나에게는 그저 한 편의 ‘흘러간’ 멜로 영화로 남을 듯하다.

 

흥미롭게도 이 영화는 대중적으로 높은 평점을 받았는데, 아마도 내가 감정적으로 공감하지 못한 부분이 이 작품의 주요 강점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복고 감성, 정적인 연출, 배우들의 케미 등에 강한 애정을 가진 관객이라면 더 깊이 몰입했을지도 모른다. 이건 아마도 태생적으로 내가 멜로, 로맨스 장르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 본 감상은 직접 소장 중인 『유열의 음악앨범(Tune in for Love, 2019)』 4K UHD블루레이로 관람한 결과입니다. 해당 물리매체의 패키지 디자인, 구성, 실물 이미지 및 발매 정보가 궁금하다면 아래 개봉기 글을 참고해주세요.

 

→ [국내 정발 4K 블루레이] 유열의 음악앨범 (2019) – 한정판 디지팩 개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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