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팔머 감독이 연출하고 잭 로던, 마틴 맥캔이 주연을 맡은 2018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서스펜스 스릴러 《아무 일도 없었다(원제: Calibre)》. 오랜 친구 사이인 두 남자가 스코틀랜드의 한적한 숲으로 사냥 여행을 떠났다가, 찰나의 돌발 사고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폐쇄적인 마을 공동체의 덫에 걸려 파멸해 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한 번의 총성으로 시작된 돌이킬 수 없는 도덕적 딜레마와 끝내 침묵 속에 갇혀버린 결말의 서늘함을 되새긴다.

맷 팔머의 〈아무 일도 없었다 (Calibre)〉는 고전적인 오발 사고와 그로 인한 도덕적 파멸의 공식을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고립된 지형학 위에 이식한 스릴러다. 영화의 중심 동력은 불가항력처럼 닥쳐온 우발적 참극과, 그것을 모면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은폐가 빚어내는 파국의 연쇄다.

그러나 이 서사가 관객의 내면에 깊은 실존적 파동을 남기지 못하고 표면적인 긴장감의 전시에 머무는 이유는, 인물들이 겪는 죄의식과 갈등의 궤적이 지나치게 장르적 인과율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물들의 선택은 인간 본성의 복잡한 심연을 탐색하기보다는 서스펜스를 유지하기 위한 극적 장치로 기능하며, 그 결과 파멸의 비장미는 설득력 있는 정서적 울림으로 확장되지 못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평이한 도덕극의 뼈대를 지탱하는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힘이 바로 '배경의 공기'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축축한 이끼와 짙은 안개,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는 듯한 하일랜드의 황량한 능선은 그 자체로 차갑고 무정한 절대적 침묵의 세계를 구현한다. 외부인을 배타적으로 밀어내는 쇠락한 마을 공동체의 폐쇄적인 질감과 결합된 이 음산한 로케이션은, 서사의 빈약함을 메우며 독특한 무드를 형성한다.

결국 영화의 마지막, 모든 파국을 묻어두고 아기를 안은 채 허공을 응시하는 주인공의 텅 빈 얼굴보다 더 오래 망막에 머무는 것은, 두 남자의 모든 죄와 비명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삼켜버린 저 스코틀랜드 원시림의 서늘하고 무심한 풍광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서사의 파괴력보다는 황량한 공간이 빚어낸 음울한 뉘앙스로 기억될 스릴러다.

안개 자욱한 하일랜드 숲과 차가운 공기.
돌발 사고의 서사보다 서늘하게 각인된 황량한 공간의 무드.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넷플릭스(Netflix) 스트리밍을 통해 감상했다. 스코틀랜드의 척박하고 안개 낀 자연경관과 흙탕물, 펍 내부의 어두침침한 조명이 주는 특유의 로컬 분위기가 시각적으로 돋보였다. 서사 자체의 울림은 크게 와닿지 않았으나, 고립된 공간이 뿜어내는 특유의 분위기와 비극이 남긴 침묵의 무게를 아카이빙하기에 [크레딧이 올라가도] 랙에 조용히 안치한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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