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17 등급이 무색할 정도로 순한 맛
· 포르노를 소재로 한 슈퍼히어로 코미디라는 기묘한 조합
·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의 병맛 유머 총집합
· 오히려 창작의 순수성을 되묻게 하는 B급 정신의 정수

처음에는 얼마나 자극적인 장면이 등장하기에 NC-17 등급을 받았을까 하는 궁금증에 영화를 틀었다. 쉽게 말해, 일반적인 극장 개봉작에서 볼 수 없는 '선 넘은 수위'를 기대하며 말이다. 그런데 정작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실소를 머금은 병맛 개그로 가득 찬 순한 맛 코미디에 가까웠다. 여자 가슴 노출도 없고, '자극'이라고 부를 만한 장면은 오히려 모자이크 역할을 하는 궁둥이 개그 정도였다.
그렇다. 『오가즈모』는 야하지 않다. 대신 ‘포르노’와 ‘히어로물’이라는 불온한 조합을 통해 B급의 쾌감을 극대화한 코미디 영화다. 전도사로 LA 거리를 누비던 몰몬교 청년 죠가 결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포르노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되는 이 황당무계한 설정. 그리고 '오가즈모'라는 이름의 포르노 히어로가 된 후, 실제 포르노계의 악당들을 물리치고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는 이 정신 나간 전개. 그야말로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 특유의 저질·패러디 유머가 정점에 달하는 순간들이다.
지극히 유아적인 선악 구도, 단순하고 동물적인 보상 시스템(섹스!), 우스꽝스러운 액션, 90년대 저예산 특유의 조악한 시청각 연출이 합쳐져서… 어딘가 찐한 정이 간다. 예수님이 등장해 ‘따봉’을 날리는 장면 같은 메타 개그도 의외로 통찰을 건네며, 가끔은 이 바보 같은 유머들이 세상에 대한 진지한 풍자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가끔은 이런 영화도 필요하다. 진지하고 웅장한 예술 영화만이 ‘영화감상’이 아니다. 창작이라는 행위가 가진 ‘엉뚱함’, ‘웃기려고 발악하는 진지함’ 같은 정서들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은, 오히려 B급 영화에서 더욱 진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웃기면서도, 참 귀엽고 정겨웠다. 요즘 흔히 말하는 ‘병맛’ 감성이 잘 살아 있는 이 영화는, 앞으로 감상기 연재의 에너지로 삼고 싶은 그런 귀한 경험이었다.
“웃기려고 만든 영화가 이토록 유쾌할 수 있다니, 인생의 진짜 보상은 바로 이런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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