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선적 쾌감과 극단적 폭력이 결합된 B급 액션의 묘미
· 국가와 자본이 만들어낸 '합법적 살인 게임'의 세계관
· 폭력의 소비와 쇼 비즈니스의 윤리를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
· IMDB 5.5 평점에도 불구하고 매니아층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시리즈

항상 글을 쓸 때마다 상용구처럼 말하곤 한다. “단선적이며 권선징악, 깨부수거나 뭘 파괴하는 영화, 또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은 이상한 영화도 봅니다. 열린 결말은 정말 싫습니다.” 그리고 데스 레이스 3: 인페르노는 바로 그 취향의 정중앙을 겨냥한 영화였다. 단지 괴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영화의 인상은 한마디로 "미친"에 가깝다. 시각적, 감각적으로 아드레날린을 폭발시켜 놓지만, 어느 순간 갑작스러운 허술한 설정과 유치한 장면들이 등장하면서 몰입이 깨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불편하거나 답답하게만 전개되는 영화들에 비하면 차라리 이런 혼란이 낫다. 그래서인지 IMDB 평점은 5.5에 불과하지만, 개인적으로는 7점을 줬다. 8점이나 9점까지 주기에는 망설여졌지만, 시리즈가 던지는 자극성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만 이 영화에는 상당히 불편한 장면들이 다수 존재한다. 페미니즘, PC 트렌드 같은 현대적 가치관과는 정반대에 서 있는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감독이 일부러 "시대착오"를 노린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상하게도 예전에는 불편하지 않았던 장면들인데, 이제는 나도 모르게 “어? 이건 좀…”이라는 반응을 하게 된다. 나 스스로가 현대적 감수성을 체득해버린 것 같아 묘한 이질감도 느껴진다.
세계관의 핵심은 단순하다. 교도소 유지 비용이 국가 재정을 압박하자, 정부는 ‘합법적 폭력 소비’를 민간 쇼 비즈니스로 넘겨버린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데스 레이스다. 여기서는 5연승을 거둔 범죄자에게 자유가 주어지고, 게임 중 살인과 폭력은 전면 허용된다. 시청자들은 PPV(Pay-Per-View)를 통해 극단적 폭력과 자극을 소비하며, 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챙긴다. 일종의 사회적 배설구 같은 장치다. 이는 퍼지(The Purge) 시리즈와 닮아 있다. 퍼지가 국가가 직접 허용한 "합법적 살인 데이"라면, 데스 레이스는 이를 민간에 위탁해 ‘쇼 비즈니스화’한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나는 시리즈 1편인 데스 레이스(Death Race, 2008)를 보지 못했다. 제이슨 스타뎀 주연작이고 IMDB 평점은 6.4로 이번 인페르노보다 조금 높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1편도 챙겨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내가 좋아하는 배우 대니 트레조가 출연한다는 점이었다.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 배우라 꽤 기대했지만, 비중이 생각보다 크진 않다. 그래도 ‘무근본·쎈자극·단순성·광기’라는 키워드에 끌린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즐길 만하다.
폭력과 쇼 비즈니스, 그리고 소비의 윤리
데스 레이스는 단순한 B급 액션으로도 읽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현대 사회의 ‘폭력 소비 구조’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국가는 ‘교도소 유지 비용’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폭력 쇼라는 극단적 상업화로 해결하고, 시청자는 ‘합법적 살인’이라는 금지된 자극을 즐기며 흥분을 소비한다. 그리고 기업은 이 모든 과정을 철저히 상품화한다. 영화 속 세계는 허구지만, OTT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폭력을 즐기는 대중과 폭력을 팔아 이익을 챙기는 자본, 그 경계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이 영화는 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에게 이 질문을 던진 채, 화면 가득 아수라장을 펼쳐 보인다. 그리고 그 혼돈의 한가운데서 느끼는 쾌감이, 불편함과 죄책감을 동시에 자극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아이러니이자 매력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폭력을 콘텐츠로 소비하기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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