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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거친 16mm 흑백 필름 위로 쇠붙이와 살점이 기괴하게 뒤엉키던 영화 <철남: The Iron Man>이 세상에 나왔을 때 평단은 경악했습니다. 로마 판타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장 로이드 카우프만(트로마 필름스 설립자)의 열렬한 지지 속에 그랑프리를 거머쥔 이 독립영화는 대사 한 줄 자막 한 자 없이 오직 원초적인 시각적 충격만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습니다.

 

그리고 3년 뒤인 1992년, 츠카모토 신야 감독은 1편의 거친 파편들을 집대성하여 더욱 거대하고 처절한 속편, <철남 2: 바디 해머(Tetsuo II: Body Hammer)>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전 세계 컬트 팬들을 사로잡은 이 기괴한 걸작의 이면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치열한 제작 비화들이 숨어 있습니다.


분진과 땀으로 지탱한 '카이쥬 시어터'의 혈투

메이저 영화사의 자본(도시바 EMI)이 일부 투입되었음에도, 츠카모토 감독은 여전히 자신의 독립 제작사 '카이쥬 시어터(Kaijyu Theater)'를 고집했습니다. 예산은 1편보다 늘어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가혹한 지옥도 그 자체였습니다.

 

도쿄 에비스에 마련된 대체 세트장은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밀폐 공간이었고, 현장은 온통 기계 부속과 특수분장에서 뿜어져 나온 미세 플라스틱 분진, 녹슨 쇳가루로 가득 찼습니다. 주연 배우 타구치 토모로오는 온몸에 본드와 실리콘, 차가운 철 조각을 붙인 채 몇 시간씩 숨을 몰아쉬어야 했고, 스태프와 배우들은 매일 피와 땀, 쇳가루를 뒤집어쓰며 말 그대로 '신체 개조'의 고통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아키라가 똑똑한 형이라면, 철남은 못생긴 남동생"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전 세계 서구 영화계는 오토모 카츠히로의 <아키라>와 츠카모토의 <철남>이라는 두 편의 '일본산 사이버펑크'에 열광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인간의 신체가 기계/돌연변이와 융합한다는 테마를 다루었고, 심지어 두 작품 모두에 '테츠오'라는 이름이 등장했기에 사람들은 열렬한 시너지를 느꼈습니다.

이에 대해 츠카모토 감독은 자신만의 자조 섞인 명언을 남겼습니다.

"오토모 감독의 <아키라>가 세련되고 똑똑하며 쿨한 엘리트 형이라면, 나의 <철남>은 지독하게 못생기고 고집불통인 반항아 남동생이다."

 

이 '못생기고 완고한 소년'의 자화상은 그의 초기 8mm 명작 <전주소년의 모험>부터 <철남> 시리즈까지 관통하는 츠카모토 본인의 페르소나이기도 했습니다.

90년대 일본 사이버펑크를 이끈 두 축, <아키라>와 <철남>

개구리 도감 포스터에서 탄생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

<철남> 시리즈의 시그니처이자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육중한 기계음 사운드트랙. 이 전설적인 인더스트리얼 음악을 탄생시킨 고(故) 이시카와 츄 음악감독의 영감의 원천은 다름 아닌 '개구리 도감'이었습니다.

 

개구리를 유독 좋아했던 이시카와 감독의 작업실 벽에는 일본 토종 개구리 종들이 총망라된 커다란 포스터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는 기계적인 파괴력만을 시끄럽게 쏟아내는 대신, 개구리가 조용히 기어가다가 갑자기 펄쩍 뛰어오르는 완급 조절의 생체 리듬을 사운드로 시각화했습니다. 여기에 훗날 <쌍생아>로 이어지는 웅장한 성악 코러스 파편들이 더해지며 <철남 2>만의 독보적인 청각적 질감이 완성되었습니다.

<철남> 시리즈의 독보적인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창조한 고(故) 이시카와 츄 음악감독

호도로프스키의 응원, 그리고 가스파 노에와의 만남

1편 촬영 직후 곧바로 <요괴사냥>과 <철남 2> 제작에 돌입하느라 정작 1편의 화려한 해외 영화제 열풍에 직접 가보지 못했던 츠카모토는, <철남 2>가 프랑스 아보리아츠 판타스틱 영화제 등에 초청되면서 비로소 세계 무대로 나섰습니다.

 

해외 영화제 관객들이 엔딩 크레디트 도중 자리를 뜨는 문화에 처음엔 큰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그곳에서 그는 훗날 거장이 된 소중한 영화 동지들을 만났습니다. 츠카모토의 천재성에 매료된 가스파 노에, 그리고 <델리카트슨 사람들>의 마르크 카로 감독이었습니다. 세 사람은 파리에 머물던 컬트 영화의 전설 알레한드로 호도로프스키의 자택을 함께 찾아가 영화적 영감을 나누는 영화사적 명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흑백을 부수고 색채와 서사로: "세상을 녹으로 뒤덮어라"

일부 골수팬들은 1편의 날것 그대로인 흑백 질감과 전위적인 난해함 대신, 세피아 플래시백과 가족 서사가 더해진 <철남 2>를 두고 "너무 설명적이고 관습적"이라며 투덜대기도 했습니다. 엔딩 크레디트에 흐르는 호테이 토모야스의 노래 첫 구절이 하필 "내 눈에 보이는 건 흑백뿐"이었던 점은 짓궂은 아이러니였습니다.

 

하지만 30여 년이 흐른 지금, <철남 2: 바디 해머>는 단순한 속편을 넘어선 걸작으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도쿄의 멸망과 재생, 인간의 분노가 화약과 쇠붙이로 치환되는 신체 변형의 미학은 장르의 한계를 돌파한 순수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츠카모토 신야는 이 작품을 끝으로 사이버펑크의 좁은 틀을 깨부수고, 인간의 신체와 폭력의 본질을 파고드는 차기작 <동경 피스트>로 나아가며 90년대 일본 시네마 르네상스의 가장 뜨거운 거장으로 우뚝 섰습니다.

도쿄의 파괴와 재생을 선언하는 <철남 2>의 라스트 씬


[해당 내용은 아래의 물리매체 부가영상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Unboxing] 철남 1 & 2, 전봇대 소년의 모험 - 솔리드 메탈 나이트메어 박스셋 Disc 1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철남 1 & 2, 전봇대 소년의 모험 - 솔리드 메탈 나이트메어 박스셋 Disc 1 개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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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화에 대한 감상문은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16] 기술적 도약과 식어버린 날것의 야성, 여전히 괴이한 뇌내 회로: 《철남 2: 바디 해머 (鉄男 II: BODY HAMMER / Tetsuo II: Body Hammer, 1992)》 No. 239 :: 4K 개봉기 아카이브

 

[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16] 기술적 도약과 식어버린 날것의 야성, 여전히 괴이한 뇌내 회로:

츠카모토 신야 감독이 1989년의 거친 16mm 흑백 신화를 뒤로하고, 자본과 35mm 컬러 필름을 장착해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확장한 1992년작 《철남 2: 바디 해머(Tetsuo II: Body Hammer)》. 전작의 게릴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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