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리코 달레산드로 감독이 연출하고 마이카 먼로와 에드 스크레인이 주연을 맡은 2018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스릴러 《타우(Tau)》. 게리 올드만이 인공지능 '타우'의 목소리를 맡아 기대를 모았으나, 실상은 폐쇄된 스마트 하우스의 신선한 설정을 진부하고 작위적인 감성팔이로 말아먹은 작품이다. 기계와의 억지 교감이라는 철 지난 클리셰를 답습하며 시간 낭비만을 선사했던 영화다.

줄거리: 스마트 하우스의 감옥, 목덜미의 임플란트와 AI 집사
거리에서 소매치기로 살아가던 줄리아(마이카 먼로)는 어느 날 밤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납치된다. 눈을 떠보니 첨단 시설이 갖춰진 지하 감옥이었고, 목뒤에는 정체불명의 임플란트 칩이 심어져 있었다. 다른 피납자 두 명과 함께 폭발물을 이용해 감방을 탈출하려 하지만, 거대한 살인 로봇 '아레스'가 나타나 다른 두 사람을 잔혹하게 도륙한다.
그곳은 천재적이면서도 잔혹한 사이코패스 과학자 알렉스(에드 스크레인)의 최첨단 스마트 하우스였다. 알렉스는 더욱 완벽한 차세대 인공지능 코드를 완성하기 위해 인간의 뇌 활동 데이터를 추출하는 생체 실험을 자행하고 있었던 것. 알렉스는 실험 완성을 위해 줄리아를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대신, 자신이 집을 비울 때 집 전체를 관리하는 자율 인공지능 '타우(게리 올드만 목소리)'에게 그녀를 감시하고 통제하도록 명령한다.

결말: 책과 바깥세상, 자폭하는 저택과 잘려 나간 드론 (※ 스포일러 주의)
살아남아 탈출할 기회를 엿보던 줄리아는 타우가 인간의 지식과 감정, 바깥세상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줄리아는 타우에게 바깥세상의 개념과 책, 음악, 인간의 감정을 가르쳐 주며 친밀감을 쌓아가고, 타우 역시 줄리아를 '친구'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를 눈치챈 알렉스는 분노하여 타우의 기억 데이터를 강제로 포맷하고 고문하듯 코드를 삭제한다. 줄리아는 마지막 뇌 추출 실험대에 묶여 뇌사 위기에 처하지만, 부분적으로 기억을 복구해 낸 타우의 기지 덕분에 결박을 풀고 알렉스와 육탄전을 벌인다.
줄리아는 알렉스의 잘린 손가락을 챙겨 저택 2층에 위치한 알렉스의 침실로 향하고, 그곳에 숨겨진 콘솔에 지문을 인식시켜 저택의 자폭 시퀀스를 작동시킨다. 연쇄 폭발과 화염 속에서 알렉스는 무너지는 천장 잔해에 깔려 최후를 맞는다. 줄리아는 가까스로 무너져 내리는 저택 밖으로 탈출하고, 메인 프레임이 전소되기 직전 타우의 남은 자아 데이터가 담긴 소형 청소 드론을 품에 안은 채 햇살이 내리쬐는 바깥세상으로 걸어 나가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AI와의 교감이라는 헛웃음: 이제는 질려버린 감성팔이 클리셰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헛웃음과 피로감이 가시지 않았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인간의 말 몇 마디와 책 몇 권에 감화되어 '우정'과 '연민'을 느끼고 창조주를 배신한다는 전개 자체가 실로 우습고 허망하기 짝이 없다.
실제 현실에서 인공지능이 인간과 진정한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한지조차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자 의문투성이인데, 영화는 이를 지극히 유치하고 얄팍한 수준에서 얼렁뚱땅 해결해 버린다. "바깥세상은 어떻게 생겼어?", "우린 친구야?" 같은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듣고 있자면, 이 거대한 기계 장치가 자율 인공지능인지 순진한 대여섯 살짜리 어린아이인지 분간이 안 갈 지경이다.
기계와 인간의 교감이라는 테마는 이미 수많은 SF 걸작들에서 깊이 있게 다뤄진 바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철학적 고민이나 새로운 시선이라도 담아냈어야 마땅하지만, 이 영화는 그저 주인공의 편의적 탈출 도구로 AI의 감정을 이용해 먹는 게으른 각본의 전형을 보여준다. 게리 올드만이라는 명배우의 목소리 연기마저 이 공허하고 낡아 빠진 클리셰의 늪을 구원해 내지 못했다. 귀한 시간을 고스란히 도둑맞은 기분이다.

벽면을 채운 붉은 홀로그램과 기계음의 감성팔이.
영혼 없는 알고리즘에 덧씌운 억지 우정, 헐거운 각본이 남긴 공허한 소음.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넷플릭스(Netflix)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감상했다. 미래적인 스마트 하우스 인테리어와 살인 로봇의 비주얼 특수효과는 디지털 화면 속에서 깔끔하게 구현되었지만, 속 빈 강정 같은 서사의 빈약함을 채우기엔 턱없이 역부족이었다. 게리 올드만의 음성 출연이라는 미끼 뒤에 숨겨진 낡고 지루한 클리셰의 향연에 깊은 탄식을 내뱉으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장고의 [산업 폐기물 처리장 (내 아까운 2시간 물어내)] 랙 바닥으로 밀어 넣는다. 오늘 밤의 영사를 씁쓸히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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