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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스톤 3세의 자가복제: 《드럼라인》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

감독 찰스 스톤 3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드럼라인(2002)》의 성공에 너무 취해 있었던 걸까? 16년이 지난 뒤에 내놓은 《스텝 시스터즈》 역시 그 시절의 도식에서 단 1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의 영화는 지독할 정도로 똑같다. '잘난 맛에 살던 흑인 주인공 → 예상치 못한 나락 → 엉망진창인 팀을 맡아 트레이닝 → 갈등과 깨달음 → 대회 우승 혹은 정신 승리'. 이 뻔뻔한 5단계 공식을 20년 가까이 우려먹는 뚝심은 가히 기네스북 감이다. 스포츠나 댄스라는 소재만 바뀔 뿐, 인물들의 대사나 갈등 구조는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한 수준이다.

미국 시장의 평가: "안전하지만 낡은, 흑인 상업 영화의 자판기"

찰스 스톤 3세는 미국 시장에서 '흑인 문화를 상업적으로 가장 안전하게 가공하는 감독'이라는 평을 받는다. 바꿔 말하면 "새로운 시도는 전혀 안 하지만, 적당한 흥행 공식은 아는 기술자"라는 뜻이다.

 

하지만 《스텝 시스터즈》에 이르러 현지 비평가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냈다.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라는 예민한 소재를 고작 하이틴 코미디의 도구로 써먹었다"는 혹평과 함께, "찰스 스톤 3세의 연출력은 2000년대 초반에 멈춰 있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흑인 사회 내부의 갈등을 다루는 척하면서 결국 백인들에게 흑인 댄스를 가르친다는 설정은, 고도의 안티라기보다는 상업적 성공을 위해 자존심을 내다 버린 감독의 안일함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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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잔혹사: "제발 볼만한 것 좀 만들어라"

넷플릭스는 도대체 왜 이런 '유통기한 지난 각본'에 꾸준히 돈을 대주는 걸까? 《스텝 시스터즈》는 넷플릭스가 양적 팽창에 급급해 질적 하락을 방치하던 시기의 전형적인 결과물이다.

 

흑인 사회를 돌려 까는 듯한 뉘앙스는 감독의 철학이 담긴 풍자가 아니라, 단순히 자극적인 설정을 위해 가져온 '불쾌한 양념'에 불과하다. 트레이닝 과정의 갈등은 약방의 감초가 아니라 약방의 '공해' 수준이며, 주인공의 인간 승리는 감동보다 허탈함을 준다. "실망스러워도 그러려니 한다"는 내 생각은, 결국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관객의 기대치를 어디까지 떨어뜨렸는지를 보여주는 슬픈 증거다.

최종 결론: 찰스 스톤 3세의 멈춰버린 시계

발전도 없고, 개성도 없고, 오직 공식만 남았다. 흑인 문화를 진지하게 다루는 척하면서 뻔한 하이틴 로맨스로 귀결되는 이 영화는, 2018년 넷플릭스가 저지른 또 하나의 시간 낭비다.

 

추천 관객: "나는 2000년대 초반 댄스 영화의 공식이 너무 좋아서 뇌를 비우고 100분을 버틸 수 있다"는 분들.

비추천 관객: 뻔한 성장물에 알레르기가 있는 관객, 흑인 사회를 다루는 감독의 안일한 태도에 분노를 느끼는 시네필.


2002년에서 멈춰버린 감독의 시계가 넷플릭스 자본을 만나 탄생한, 지독하게 뻔하고 영혼 없는 자가복제 댄스 소동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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