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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영화 <분노의 주먹(Raging Bull, 1980)>의 물리매체에 수록된 부가영상을 보고 개인적으로 정리한 영화 산업의 비하인드 이야기이다. 재미로 올리는 글이니 가볍게 봤으면 좋겠습니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원래 복싱 무식자였다. 링 위에서 남자 둘이 뭘 하는지 전혀 이해를 못 했다. 친구인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그 꼴을 보고 비웃으며 한마디 했다. "Good luck (뺑이 쳐라)."

 

하지만 그 '무식함'이 기존의 모든 복싱 영화 법칙을 깨부셨다. 피 튀기는 링 위를 '뮤지컬 무대'로, 복싱 글러브를 '고증 오류 덩어리'로, 촬영 감독을 '배경 소품'으로 만들어버린 그 미친 디테일을 공개한다.

피투성이가 된 제이크 라모타의 얼굴

빨간색이 싫어서 색을 지워버리다 (Feat. 마이클 파월)

<분노의 주먹>이 흑백 영화가 된 이유는 '예술적인 척'하려고 그런 게 아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글러브 색깔' 때문이었다.

 

스코세이지가 드 니로의 스파링 테스트 영상을 보여줬을 때, 거장 마이클 파월이 지적했다. "글러브 색이 틀렸어. 저건 너무 빨개(Bright red)." 1940년대 글러브는 칙칙한 자주색(Ox blood)이어야 하는데, 현대식 글러브는 너무 쨍했던 거다. 이 고증 오류를 참을 수 없었던 스코세이지는 결단했다. "글러브 색을 못 바꾸면, 영화의 색을 빼버려." 그래서 흑백이 됐다. (물론 필름 변색 문제도 있었지만, 이 변태 같은 고증 집착이 핵심이다.)

 

링은 '고무줄'이고, 렌즈 밑엔 '지옥불'이 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숨이 막히는 이유? 스코세이지가 공간을 조작했기 때문이다.

  • 제이크가 이길 때: 링을 확장시켜서 자유로움을 줬다.
  • 제이크가 질 때: 링을 축소시켜서 도망칠 곳 없는 감옥처럼 만들었다.

특히 슈거 레이에게 처참하게 발리는 장면에서 화면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건 CG가 아니다. 카메라 렌즈 바로 밑에 진짜 불을 피웠다. 열기 때문에 공기가 왜곡되는 현상을 이용해 링 위를 '지옥'으로 만든 거다. 배우들은 맞아 죽겠는데 감독은 렌즈 밑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닌자'가 된 촬영 감독과 2천 명의 엑스트라

영화 오픈닝 속에서 팡팡 터지는 플래시 불빛. 그 뒤에 누가 있었게? 촬영 감독 마이클 채프먼이 있었다. 그는 화면에 안 찍히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벨루어 천을 뒤집어쓰고 닌자처럼 숨어서 직접 플래시를 터뜨렸다.

 

그리고 전설의 '입장 씬(Entrance shot)'. 체리 피커 크레인까지 동원하고 엑스트라 2,000명을 깔아놓고 원테이크로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카메라의 '필름 고정 핀'이 빠져 있었다. 수천만 원짜리 샷이 기계 결함으로 공중분해 된 순간. 다행히 B컷이 있어서 살았지, 아니었으면 편집실에서 살인 났을 거다.

 

링 위의 뮤지컬: "너 지루하냐?"

드 니로가 링 위에서 죽어라 뛰다가 스코세이지에게 와서 물었다. "너 지루하냐?" 감독이 멍하니 보고 있으니까 딴생각하는 줄 안 거다. 하지만 스코세이지는 머릿속으로 '악보'를 그리고 있었다. 그는 모든 펀치와 움직임을 "4마디에 컷 하나, 12마디에 줌인 하나" 식으로 뮤지컬처럼 짰다. 그래서 이 영화의 폭력은 잔혹한데 우아하다. 그건 싸움이 아니라 '안무'였으니까.


결론: <분노의 주먹>은 복싱 영화가 아니다. 한 남자가 자기 자신과 싸우는 심리 스릴러이자, 피와 땀으로 그려낸 오페라다. 이 영화를 보고도 "옛날 영화라 지루하네"라고 한다면, 당신의 감수성은 펀치 드렁크 상태임이 틀림없다.

 

해당 내용은 아래의 블루레이 부가영상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국내 정발 블루레이] 분노의 주먹 (Raging Bull, 1980) – 마틴 스콜세지 × 로버트 드 니로의 전설적인 복싱 드라마

 

[국내 정발 블루레이] 분노의 주먹 (Raging Bull, 1980) – 마틴 스콜세지 × 로버트 드 니로의 전설적

·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드 니로의 명작 복싱 영화· DTS-HD MA 5.1 사운드와 다양한 부가영상 수록· 본편만 한국어 자막 포함, 다양한 부가영상은 한글 자막 미지원. 굳이 사야했나 싶다· 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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