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 괴물영화의 유쾌한 부활
· 언데드가 웃기고 늑대인간이 안쓰럽다
· 비극과 코미디를 오가는 연출의 균형
· 제니 에구터의 출연작들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어쩌면 드라큐라 백작이나 프랑켄슈타인처럼, 늑대인간은 너무 많이 소모되어 이제는 영화 소재로서도 신선하지 않게 느껴지는 괴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An American Werewolf in London』은 그 고전적인 틀을 가져오면서도 자신만의 유머와 비극, 그리고 독창적 설정을 절묘하게 뒤섞는다.
여행 중인 미국 청년 두 명이 영국 외곽의 어느 마을에서 정체불명의 야수에게 습격당하고,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살아남는다. 그러나 살아남은 데이빗은 늑대인간으로 변하게 되고, 친구 잭은 언데드가 되어 나타난다. 이 영화의 가장 신선한 설정은 '늑대인간에게 죽은 자는 저승에 가지 못하고 언데드가 된다'는 점이다. 그들은 점점 부패하면서도 유령처럼 행동하며, 데이빗에게 '자살하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자신들도 구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끔찍한 설정을 놀랍게도 블랙코미디 톤으로 풀어낸다는 점이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다. 특히 포르노극장에서 벌어지는 자살 토론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희생자들이 저마다 데이빗에게 자살을 권유하며 자살 방법에 대해 떠드는 장면은, 상황은 비극적이지만 연출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공포와 유머의 교차점에서 이 영화는 진짜 정체성을 드러낸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은, 데이빗이 런던 시내에서 자신을 체포해달라고 경찰에게 호소하면서 선을 넘는 발언을 연발하는 장면이다. “여왕은 남자다! 찰스 황태자는 게이다!”라는 대사는 공포영화에서 보기 힘든 유쾌한 탈선이다. 이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가 단순한 호러가 아니라 풍자와 해학을 품은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엔딩은 전통적 괴물 영화처럼 늑대인간의 죽음으로 끝난다.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 고전 괴물 신화의 트로프를 비틀며 새로운 장르적 균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완결성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눈여겨볼 배우는 제니 에구터. 최근에 본 『워커바웃』부터 『로건의 탈출』, 『쉴드』까지... 그녀의 필모그래피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보는 재미를 더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는 반갑다.
“늑대인간보다 무서운 건,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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