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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 밖의 오프닝, 동반자살 피크닉으로 시작된 충격의 여정
· 문명과 자연의 충돌, 말 없는 교감으로 이어진 낯선 동행
· 자연 다큐 같은 풍경과 아름다운 음악이 주는 독특한 몰입감
· 크라이테리언의 힘, 또 하나의 낯선 고전을 마주하다


케이스 부클릿만 봤을 때는 이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도무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영화의 오프닝 장면에서 느껴진 충격은 실로 강렬했다. 한 가족의 피크닉은 사실 ‘동반자살’을 위한 자리였고, 아버지는 느닷없이 총을 꺼내 자녀들에게 위협을 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남매는 사막 같은 황무지에 버려진 채 고립되고, 차마 무엇을 위한 영화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스릴러인가? 공포물인가?

 

영화는 그 황무지 속에서 남매가 살아남기 위한 여정을 담는다. 그리고 그 여정의 동반자로 나타나는 것은 ‘워커바웃(walkabout)’ 중인 원주민 소년. 그는 성년이 되기 위한 방랑의 통과의례를 수행 중이었고, 말이 통하지 않지만 비슷한 또래인 남매와 함께 길을 나선다. 영화의 중심은 바로 이 ‘자연과 문명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교감과 충돌’에 있다.

 

도시 문명에 익숙했던 아이들은 원주민 소년 덕분에 살아남지만, 문명으로 복귀할수록 그들과 그를 둘러싼 풍경은 점점 이질감으로 다가온다. 결국 소년은 세상과 접점을 잃고 죽음을 맞이하고(혹은 그렇게 암시된다), 남매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그와의 시간이 그들 내면에 깊이 남았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마치 자연 다큐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호주의 광활한 자연, 예상치 못한 동식물(특히 낙타!)의 등장, 그리고 느릿한 카메라의 시선은 마치 BBC의 다큐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문명비판적 시선, 성적 긴장감, 생존 본능의 묘사가 엮여 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음악이 불모지의 풍경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시킨다.

 

영화는 분명 불친절하고 낯설며, 무엇 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끝내고 나면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게 된다. 크라이테리언이라는 이름 아래, 또 하나의 낯선 고전을 만난 소중한 경험이었다.

 


“때로는 말없이, 자연과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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