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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연출한 심리적 반전극,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 충격적 전개
· 제레미 아이언스와 존 론의 밀도 높은 연기 대결, 인간 심리의 밑바닥을 건드리다
· 나비부인이라는 오페라와의 병치, 동양 여성상에 대한 서구의 환상 비판
· 정체성과 존재의 붕괴, 그 끝에 남겨진 자괴감과 고독의 여운


아 영화를 보고 한 방 먹은 게 정말 얼마만인가. 반전이라는 건 이제 너무 흔해서 쉽게 간파하게 마련인데, 《M. 버터플라이》는 그런 예상을 통쾌하게 빗나간다. 처음엔 리링이라는 캐릭터가 어딘가 모르게 중성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서양인이 바라보는 동양 여인상’을 의도한 설정인가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클리셰가 아니었다.

 

프랑스에서 리링이 간첩 혐의로 체포되는 장면에서 나는 솔직히 말해 당황했다. 그리고 그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땐… 감정이 격해졌다. 나도 갈리마드처럼 조롱당한 기분이었다. 그 수치심은 단순한 서사 장치가 아니라, 철저하게 인간의 ‘믿음’이 어떻게 깨지고 붕괴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이 영화는 리링이 중국 공산당의 정보원이라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그가 ‘남성’이라는 설정이 더 충격이었다. 나는 존 론이라는 이름을 보고도 “왜 출연을 안 했지?”라는 생각만 하며, 끝까지 그가 남성 배우일 리 없다고 믿고 싶었다. CG인가, 여배우인가, 분장인가—이 혼란은 영화가 던진 ‘정체성’의 장난이자, 관객에게 스며드는 의도된 조롱이었다.

 

특히 납득하기 어려웠던 건 갈리마드가 임신 이야기를 순순히 믿는 지점이다. 어른이 그것도 대사관 회계사로 근무하던 이가 어떻게 이런 상황을 믿을 수 있었는가. 이 부분은 영화적으로도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었고, 내내 ‘설마 바꿔치기라도 했나?’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이 이야기는 자기 자신이 만든 환상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파괴해버리는 이야기였다. 나비부인의 환영, 동양에 대한 환상, 사랑이라는 맹신. 그 모든 허상이 한꺼번에 부서지는 순간, 갈리마드가 택한 마지막 선택은 충분히 이해됐다. 그것은 절망이라기보단, 존재의 의미가 사라진 자의 마지막 발악처럼 보였다.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이런 심리극도 탁월하게 연출한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다. ‘육체의 공포’가 아니라 ‘심리의 공포’다. 제레미 아이언스와 존 론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아이언스는 《데드 링거》에서처럼 내면이 무너지는 인물을 완벽히 소화했고, 존 론은 그 어떤 설명보다 더 설득력 있는 존재감으로 관객을 속여버렸다.

 


“사랑이 허상이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남는 것은 수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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