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 컬트영화의 충격적 도발, 불편함과 매혹 사이
· 본능, 섹슈얼리티, 죽음, 고기... 이 모든 것이 시청각으로 쏟아진다
· 영화는 ‘우리는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 해석 없는 관람은 공포, 해석 이후는 더 큰 충격이다

『우리는 고깃덩어리(We Are the Flesh, 2016)』는 웬만한 컬트영화도 순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멕시코 출신의 신예 감독 에밀리오 로샤 민터는 인간 존재의 육체성, 욕망, 파괴 충동을 전면에 내세워 충격의 미학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이해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느껴라’고 던진다.
전쟁 혹은 문명의 붕괴 이후로 보이는 공간. 폐허 속에서 한 남자와 남매가 만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것은 구조가 아니라 타락의식 같은 유희다. 굳이 설명하자면 영화는 성, 출산, 죽음, 고기, 피, 고함소리, 굴절된 육체 이미지로 뒤범벅된다. 한편으론 구토감이 들 정도로 극단적인 시각적/청각적 실험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감정적으로 뭔가 터치되는 이상한 잔상도 남긴다.
'우리는 고깃덩어리'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인간을 '사고하는 이성적 존재'가 아닌 '살점과 본능의 조각들'로 해석한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기보다는, 고기라는 물질이 사고의 환각을 만들어냈다는 듯한 철학이 깔려 있다.



많은 장면이 은유를 가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불편한 감각 자체로 기능한다. 근친, 섹슈얼리티, 본능적 충돌... 그런 코드들은 자극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란 존재 자체를 해체하기 위한 재료에 가깝다.
멕시코에서 이런 영화를 만든다는 것도 흥미롭다. 사회적 억압, 종교적 금기, 성에 대한 검열이 공존하는 나라에서 『우리는 고깃덩어리』는 그 자체로 금기의 반란이다. 칸 영화제를 비롯한 해외 영화제에서 찬사와 혐오를 동시에 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영화를 다 보고도 "좋았다"고 말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뭔가를 ‘보았다’는 확신은 분명히 남는다. 해석은 자유롭지만, 해석 없이 지나치기는 어렵다. 육체와 본능, 고기와 환각. 이 작품은 단지 ‘이상한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가장 불편한 대답이다.
“우리는 사고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고깃덩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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