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를린 장벽 붕괴 직전, 이중첩자의 세계에 떨어진 한 여인
· 스타일리시함과 고어가 공존하는 유혈의 댄스
· 샤를리즈 테론, 액션의 대명사가 되다
· 기억 속을 헤매는 결말, 남는 건 차가운 잔상뿐

1989년 베를린. 장벽은 아직 붕괴되지 않았고, 동과 서는 여전히 서로를 경계한다. 그 첨예한 대립의 틈바구니에 MI6 요원 ‘로레인 브로턴’이 투입된다. 그가 찾고자 하는 건 단 하나, 서방 요원들의 실명이 담긴 스파이 리스트. 하지만 현실은 한없이 복잡하고, 그녀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전장 위에서 홀로 싸운다.
이 영화는 평범한 첩보 액션물이 아니다. 『존 윅』의 공동 연출자였던 데이빗 리치가 만든 이 작품은 ‘액션의 미학’ 그 자체에 몰두한 듯한 연출을 보여준다. 아토믹 블론드는 무엇보다 스타일이 전부다. 하늘색 네온, 붉은 조명, 리듬을 쪼개는 롱테이크… 무슨 말을 하는지보다 어떻게 보여주는지를 집요하게 추구한다.
하지만 그 스타일은 단지 보기 좋기만 한 것이 아니다. 무차별적인 폭력과 육체의 고통, 적나라한 상처는 오히려 눈을 돌리게 한다. 샤를리즈 테론이 직접 수행한 액션들은 무용이 아니라 고문에 가깝고, 그 피로 얼룩진 움직임 속에서 그녀는 정말로 ‘때리고 맞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근데 난 그게 좋다. 그래서 이 영화 너무 재미있게 봤다.




배경은 냉전 종식 직전의 베를린이지만, 영화는 그 정치적 맥락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장벽은 오로지 시각적 장치일 뿐, 인물의 내면을 말하기 위한 수단이다. 로레인이라는 캐릭터는 미로 같은 도시에서 방황하는 존재이며, 그녀를 움직이는 동기도 점점 흐려진다.
결말 또한 명쾌하지 않다. 로레인의 진짜 정체와 마지막 행보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끝난다. 관객은 그녀가 정의의 편인지, 혹은 그저 게임의 한 조각일 뿐인지 헷갈리게 된다. 이 모호함은 감정을 환기시키는 대신, 차갑고 공허한 뒷맛을 남긴다.
“세상은 미쳐가고 있었고, 그녀는 그 미친 세상의 거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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