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수극의 틀에 갇힌 한국 스릴러
· 장기기증이라는 설정, 그러나 설득력은 부족하다
· 김선아의 캐릭터는 감정선이 무너진다
· 초반의 긴장감은 좋았지만 끝은 어이없다

더 파이브 (The Five, 2013)은 복수를 소재로 한 한국형 스릴러다. 그러나 이 영화는 진지함과 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작품으로 남는다. 남편과 딸을 잃은 주인공 은아(김선아)는 범죄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장기를 나눠주는 조건으로 다섯 명의 사람을 모은다. 설정만 보면 인간의 절망과 희생, 그리고 복수의 윤리 같은 깊은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영화는 초반 이후 급격히 방향을 잃는다.
초반 30분은 분명 흥미롭다.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한 설정의 디테일, 그리고 김선아의 차분한 복수 서사는 긴장감을 만든다. 하지만 복수의 실행 단계로 들어가면서 영화는 감정의 리얼리티를 잃는다. 주인공이 이끄는 계획은 점점 현실감이 떨어지고, 긴장감 대신 우스꽝스러운 ‘트랩 영화’로 변해버린다. 결국 제목처럼 다섯 명이 협력해 범죄자에게 복수한다는 구조는 ‘성인판 나홀로 집에’처럼 기괴하게 전락한다.
김선아의 연기는 이 영화의 핵심이지만,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녀는 복수에 사로잡힌 인물의 절망을 보여주려 하지만, 감정의 강약이 일정하지 않고, 신파와 공허함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의 행동 동기가 설명되지 않아,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사라진다. 함께 출연한 마동석, 신정근, 정인기 등 조연진 역시 자기 역할의 개연성을 부여받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돈다. 배우들이 진지하게 연기하지만, 영화의 리듬이 너무 흔들려 그 진지함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진다.
정연식 감독의 연출은 원작자가 직접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감정의 밀도를 기대하게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지나친 설정 의존에 갇힌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복수는 또 다른 희생을 낳는다’—는 명확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다. 피와 절규, 신체 손상, 고통의 나열은 있지만, 그 뒤에 남는 감정은 없다. 관객은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피로감만 안고 극장을 나서게 된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실패한 이유는 톤의 일관성이다. 초반의 무거운 감정선이 중반부에 코믹하게 무너지고, 후반엔 악당의 괴상한 행동이 공포보다 어이없음을 불러온다. 감정의 깊이와 장르적 리얼리티가 동시에 붕괴되며, 결국 더 파이브는 복수극이 아니라 ‘장기이식판 함정 시뮬레이션’처럼 보이게 된다. 이건 영화가 노린 진지함과는 정반대의 효과다.
영화 초반, 은아가 남편과 딸을 잃는 장면은 꽤 잘 찍혔다. 차분한 톤과 절제된 연기가 살아있고, 그 순간만큼은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후 영화가 스릴러로 넘어가면서 이 감정은 완전히 사라진다. 결국 더 파이브는 좋은 소재와 배우를 가지고도 연출과 리듬의 실패로 인해 감정이 증발해버린 작품이다.
이 영화를 추천하긴 어렵다. 의도는 진지했지만, 완성도는 TV 드라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복수의 서사로 시작했으나, 감정의 설득력이 사라지고 결국 현실감도, 긴장감도, 인간적인 여운도 남지 않는다. 별점은 10점 만점에 2점.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차라리 원작 웹툰을 보는 편이 낫다.
“진지함이 웃음으로 바뀌는 순간, 영화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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