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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무대 같은 연출. 낯선 형식에 묘한 몰입감.
• 철학의 깊이를 다 담진 못하지만, 철학자에 대한 태도는 분명하다.
• 컬트적 취향과 형식적 실험에 끌리는 이에게 더 잘 맞을지도.
• 철학을 삶으로 끌어낸 인물, 그의 이름을 가진 영화.


소극장 연극처럼 담아낸 철학자의 초상

연극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긴 실험적 형식

비트겐슈타인을 처음 접한 건 철학에 대한 허세와 열정이 교차하던 시절이었다. 책을 몇 장 읽고, 곧장 처절한 한계에 부딪혔다. ‘이게 내 한계인가 보다.’ 하고 철학에서 돌아서게 만든 그 이름. 그의 전기를 영화로 본다는 건 조금은 무모하고, 동시에 끌리는 일이었다.

 

영화 <비트겐슈타인>은 일반적인 전기 영화와는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이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영상으로 옮긴 듯한 느낌에 가깝다. 큰 무대도, 화려한 장치도 없다. 우리가 흔히 소극장에서 보는 조명과 암전, 소품을 바꿔가며 장면을 전환하는 식. 실제로 보는 내내 연극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듯한 기분이었다.

 

데릭 저먼 감독의 컬트적 연출 분석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데릭 저먼이라는 감독의 이름도, 그의 필모그래피도 모른다. 그저 어느 컬렉션에서 “상쾌하고 독특하며 기괴한 컬트적인 판타스틱한 영화”라는 소개를 보고, 그 중 하나를 랜덤처럼 고른 것뿐. ‘내가 아는 그 비트겐슈타인 맞나?’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비트겐슈타인의 삶, 철학의 깊이를 담아내려는 시선

줄거리나 평점을 검색하지 않는 성격 탓에, 영화는 거의 백지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의외로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이건 그의 삶을 따라가는 전기영화이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철학적 독백이나 세미나 장면이 있지만, 핵심은 아니다. 한 시간 반 남짓한 시간에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다 담기란 불가능하니까. 결국 중요한 건,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그 삶 속에서 어떤 사유를 반복했는가에 대한 시선이다.

 

'12명의 성난 사람들'과 비교하는 연극적 리듬

이 영화를 보며 불현듯 떠오른 작품이 있었다. 바로 시드니 루멧 감독의 <12명의 성난 사람들>. 오래 전 굉장한 몰입감으로 봤던 영화였고, 한정된 공간과 대사, 암전과 흐름으로 구성된 연극적 리듬이 비슷했다. 그 때 썼던 리뷰는 티스토리 해킹으로 날아가 버렸지만, 기억은 또렷하다. <비트겐슈타인> 역시 그 영화처럼 형식 자체가 인상 깊다.

 

솔직히 말하면, 누구에게나 “한번 보세요”라고 추천하긴 어렵다. 하지만 만약 데릭 저먼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건 꼭 봐야 할지도 모른다. 단 한 편만 봤는데도, 그의 세계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 영화였으니까. 적어도, 내가 아는 그 비트겐슈타인은 맞았다.

 

※ 본 감상은 직접 소장 중인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 1993)』 DVD로 관람한 결과입니다. 해당 물리매체의 패키지 디자인, 구성, 실물 이미지 및 발매 정보가 궁금하다면 아래 개봉기 글을 참고해주세요.

 

https://4klog.tistory.com/377

 

[해외판 DVD] 비트겐슈타인 개봉기 – 데릭 자만의 철학적 실험극

· BFI에서 출시된 1993년작 DVD 타이틀· 데릭 자만 감독의 실험적 미장센과 철학적 메시지· 틸다 스윈튼 출연, 시청각 장치의 과감한 활용· 청각장애인을 위한 SDH 자막 포함타이틀 기본정보타이

4klog.tistory.com

 


“어렵게 쓰지 않은 철학 영화. 형식은 연극, 감상은 차분. 비트겐슈타인을 이름 이상으로 이해하는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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