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의 가벼움과 개연성의 부재: "강도질이 장난인가?"
영화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자매가 감옥에 간 엄마의 보석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차를 턴다는 설정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이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지나치게 안일하고 가볍다. 유쾌함을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엄연한 중범죄인 '강도질'을 다루면서 최소한의 현실성이나 위기 탈출의 개연성조차 확보하지 못한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허술하며, 위기를 모면하는 방식 또한 논리적이지 않다. 특히 결말부에서 더 나쁜 악당의 등장으로 자매의 행각이 어물쩍 마무리되는 전개는 관객에게 "이게 최선인가?"라는 허무함을 안겨준다. 영화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기본기인 '사건의 인과관계'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넷플릭스표 '생각 없는 소동극'에 불과하다.

무책임한 캐릭터 설정: '엄마'라는 이름의 면죄부
특히 엄마 캐릭터의 묘사는 이 영화의 질적 하락을 부추긴다. 사기를 당하거나 강도를 당해 처지가 딱해졌다는 설정만으로, 자녀들을 방치하고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오히려 자녀들이 열차 강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 그녀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후반부에 들어서야 "사실은 이런 사연이 있었다"며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 한다.
이런 식의 '캐릭터 세탁'은 관객의 공감을 얻기보다 오히려 반감만 불러일으킨다. 무책임한 부모를 피해 도망가는 대신, 끝까지 그들을 용서하고 수습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은 작위적이다 못해 눈물겨울 정도로 애처롭다. 인물에 대한 깊은 고찰 없이 기능적으로만 소비되는 캐릭터들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주범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고질적 문제: 자본은 있으나 고민은 없다
2017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유독 질적 저하로 고통받던 시기였다. 《브라이트》처럼 볼만한 영화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자극적인 소재만 선점한 채 알맹이는 없는 평작 이하의 수준을 보여줬다. 《디드라와 레이니, 열차를 털다》 역시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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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명목하에 검증되지 않은 연출과 각본에 거대 자본을 투입한 결과, 관객은 고민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조악한 결과물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정도 수준의 영화를 찍을 돈이라면 차라리 역량 있는 감독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명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넷플릭스 초기 오리지널들이 겪어야 했던 시행착오라기엔 관객의 소중한 시간을 너무나 무책임하게 소진시킨다.

최종 결론: 궤도를 이탈한 채 덜컹거리는 지루한 열차
《디드라와 레이니, 열차를 털다》는 범죄와 가족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쳐버린 실패작이다. 개연성 없는 범죄 행각과 공감할 수 없는 민폐 캐릭터들의 향연은 92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견디기 힘들게 만든다.
추천 관객: 넷플릭스 2017년 오리지널의 '망조'가 어디까지 뻗쳐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기록광.
비추천 관객: 범죄 스릴러의 최소한의 논리를 기대하는 분들, 무책임한 부모 캐릭터의 억지 세탁에 알레르기가 있는 관객들.
넷플릭스 자본이 빚어낸 무미건조한 궤도 이탈, 범죄의 기본과 인물의 진정성을 모두 상실한 2017년의 실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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