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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과 현실, 그 모호한 경계에 구축된 신비한 공간
· CG로 구현한 무중력 건축물과 비현실적 풍경의 향연
· 니키타 아르게노프 감독의 독창적 세계관 설정
· 러시아 SF 영화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


러시아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본격 SF 비주얼이 등장했다. 니키타 아르게노프 감독의 코마는 꿈(코마 상태의 의식 세계)과 현실이 모호하게 겹쳐진 세계를 배경으로,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초현실적 공간 왜곡, 공중에 떠 있는 건물들,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호한 전장. 러시아 영화라서 가능한 새로운 SF 스타일이었다.

 

영화 시작부터 CG의 밀도가 상당하다. 누군가는 과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 영화만큼은 그런 시각적 과잉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마치 롤플레잉 게임처럼 캐릭터별 역할이 분리되어 있고, 힐러·탱크·마법사 같은 요소가 팀플레이로 전개된다. ‘영화인가, 게임인가싶은 순간이 반복된다.

 

영화의 세계관은 코마상태에 빠진 인간들의 집합적 무의식 공간이다. 이곳은 현실과 비슷하지만, 왜곡되고 붕괴된 구조를 갖는다. 코마세계 설정 자체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좀비(괴생명체 리퍼)만 없다면 이곳은 영화 내 설명처럼 무한에 가까운 생명을 얻는 곳이며, 결론적으로는 종교에서 말하는 천국과 같은 장소가 아닐까 싶다. 다만 현실의 코마세계 리더는 사이비 종교 교주 같은 인상도 지울 수 없다.(부연 설명을 하자면 코마 상태의 의식세계 리더는 "얀"이라는 인물인데 그는 현실에서 뇌관련 의사다. 한마디로 매드사이언티스트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는 연구비를 모으기 위해 종교 재단을 설립하였고 영생을 꿈꾸는 맹신도들에게 후원을 받고 있다)

 

이 공간에 갇힌 주인공들은 단순히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리퍼라고 불리는 좀비형 괴생명체에게 쫓기지 않는 보다 안전한 곳을 찾아 헤맨다. 꿈과 현실의 경계보다는, ‘코마 상태의 의식 세계라는 설정이 더 적합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무의식 공간 속에서, 그들은 현실이 아닌 생존 가능한 공간을 찾으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코마는 기존 헐리우드 SF의 명확한 구분법과는 다른, 러시아식 모호함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처음엔 코마 세계를 부정하며 현실로 돌아가려 했지만, 여자친구를 구하는 과정에서 결국 이 세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여자친구를 죽이느니 차라리 자신이 죽겠다는 선택을 할 법한 캐릭터였지만, 결말은 예상과 달리 흘러간다. 결과적으로 여자친구도 살아나고 탈출에 성공하지만, 현실 세계는 여전히 그의 건축 디자인을 파격적이며 난해하다고 여겨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현실에 실망한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함께 싸웠던 코마 세계의 동료들이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커진다. 마침 재단으로부터 다시 메일이 오고, 그는 또다시 코마의 세계로 이끌리는 듯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감독 니키타 아르게노프는 시각효과(VFX) 업계 출신답게 영상미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코마는 러시아 SF 영화가 비주얼적으로도 할리우드에 결코 밀리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서사 완성도나 인물 개연성은 다소 평이하지만, ‘이미지로 보여주는 세계관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인상적이다.

 

러시아 SF 영화 시장은 여전히 마이너하지만, 어트랙션, 스푸트닉, 마요르 그롬: 플래그 오브 페스트등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코마도 그 흐름 속에 놓인 작품으로, 국제 시장에 러시아 SF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내 미개봉이라는 점이 아쉬울 뿐, 러시아 SF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볼 만한 작품이다.

 


“꿈속에서조차 현실을 갈망하는가, 아니면 꿈이 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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