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영화 회고] 투모로우 – 지구가 열 받은 날, 인간은 뭐 했나
• ‘지구 뿌셔’ 전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04년 재난 영화.
• 지금 보면 허구가 아니라 거의 예언처럼 보이는 기후 재앙 묘사.
• 미국이 멕시코로 도망치고, 아버지는 아들을 찾아 눈밭을 걷는다.
• 그렇게 한 번 얻어맞고도 인간은 달라질까? 솔직히 회의적이다.
지구가 열 받은 날, 인간은 뭐 했나
‘투모로우’라는 제목, 원래는 ‘내일 모레’였단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내일 모레는 너무 멀어서 별일 아닐 것처럼 넘겨버린다. 결국 제목은 ‘내일’로 줄었다. 이 한 단어에 이미 현실 풍자가 들어 있는 셈이다.
2004년 영화지만, 지금 보니 더 무섭다. 그땐 영화였고, 지금은 현실이니까. 기후 변화가 영화의 소재였던 시절이 있었고,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걸 뉴스로 접하며 걱정하는 중이다. 한여름에 덥다 못해 숨이 턱 막히는 요즘, ‘투모로우’는 더는 픽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의 배경은 북반구를 휩쓴 기상이변. 얼음 폭풍이 도시를 집어삼키고, 전 세계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그런데 그 와중에 미국이 멕시코 국경을 넘는다. 난민처럼. 입국을 허락받기 위해 빚 탕감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고개를 숙인다.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꽤나 묵직한 풍자가 담겨 있다. 세상 참 돌고 도는 거다.
잭 홀 박사는 과학자이자 아버지다. 그는 이 와중에 아들을 구하겠다고 길을 나선다. 특수 장비도 없고, 위성도 없이 눈밭을 헤매는 이 사람을 보며 ‘영웅 서사’냐, ‘무모한 부성애’냐 갈릴 수도 있다. 도서관까지 갔다 치더라도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그는 끝내 도달하지만, 그게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결국 ‘인간은 반성한다’는 말로 마무리된다. 지구에게 한 방 맞고서야 정신을 차리는 인간들. 하지만 진짜 현실에서 그렇게 될까? 지금도 포럼이니 협약이니 난리지만 뭐 얼마나 바뀌었나 싶다. 이 정도로 크게 얻어맞아야 달라질까? 솔직히 회의적이다.
한 가지 궁금했던 건 이거였다. 국토의 절반이 날아간 미국은 여전히 넘버원일까? 그렇게 초토화돼도 여전히 세계를 주도할 수 있을까? 영화는 답하지 않는다. 현실도 아직 모르는 것 같다.
‘투모로우’는 2000년대 초반 재난 영화의 전형이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면 묘하게 예언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아마 가장 무서운 건 이거다 — 우리는 그렇게 한바탕 털리고도, 다시 똑같이 살아갈 거라는 예감이다.

“기후는 망가졌고, 인간은 변하지 않았다. 진짜 투모로우는 이제 시작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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