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 회고] 계엄령 추천 – 군홧발이 지배하는 밤, 말의 주권은 어디로 갔는가
· 요시다 기주, 그 난해함에 두 번째 발을 들이다
· 실화 기반의 재구성, 2.26 쿠데타를 사유하다
· 흑백이 주는 그로테스크한 몽환과 정치적 긴장
· 이해보단 감응, 이성보단 직관으로 읽는 영화
먼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사전 정보가 필요했다. 왜냐하면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볼 만한 가벼운 영화는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젊은 남자가 유력 재계 인사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 이후 남자의 여동생은 오빠의 유언을 따라 기타 잇키 교수의 집을 찾아간다. 그는 일본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기타 교수의 주장에 큰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1936년 실제로 일어났던 2.26 쿠데타를 기타 잇키의 시점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요시다 기주의 정치적 관점을 엿볼 수 있다.” – [한국시네마테크]
그러니까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감독이 재구성한 영화라는 이야기이다. 시대는 딱 일제강점기 시대의 일이다. ‘2.26 쿠데타’가 일본사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크게 중요하지가 않았다. 그 당시는 우리는 지금까지도 정리가 되지 않은 너무 힘든 그리고 아픈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찾아봤다. 순수한 호기심으로 ‘2.26 쿠데타’가 무엇인지.
“2월 26일 새벽, 일본 군부의 황도파 청년 장교들이 정부와 정당, 군부의 고위층을 몰아내고 천황이 직접 국가를 통치할 것을 요구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들은 정부와 군부 요인들의 숙소를 습격해 살해했으나, 천황이 직접 해산 명령을 내림에 따라 결국 투항한다. 이후 황도파의 경쟁 파벌인 통제파가 군부를 완전히 장악한다. 통제파는 효율적인 전쟁 수행을 위해 군부가 국가를 주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일본의 정당 정치는 무력화되고 본격적인 군국주의의 시대가 도래한다.” – [다음백과사전]
성공하지 못한 쿠데타. 의도가 어떻든, 결과가 어떻든. 지금의 일본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나라 중 하나다.
이 영화가 나에게 있어 요시다 기주 감독의 두 번째 영화였다. 첫 번째였던 『연옥 에로이카』에서 느껴졌던 난해함과 낯선 구성이 이번엔 덜 당황스러웠다. 오히려 그 묘한 감성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었다. 흑백이 주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현실과 유리된 듯한 시공간, 그리고 역사적 맥락을 기묘하게 꼬아내는 그 방식이 묘하게 매혹적이다.
스토리는, 사실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의 사전 이해도에 따라 해석의 무게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이 영화 덕분에 2.26 쿠데타를 처음 제대로 알게 되었다. 영화적 해석을 덧붙이기보다는, 그 시대를 관통한 어떤 거대한 균열을 느끼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이 영화는 ‘설명’보다는 ‘감응’으로 접근해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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