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기

[북극 생존 감성영화] 스노우 워커 추천 – 결핵 소녀와 양아치 조종사의 가장 조용한 러브스토리

디스크러버 2025. 5. 25. 23:25

 

· 2년 전 구입한 DVD에서 꺼내든, 잊혀졌던 북극의 감성.
· 결핵에 걸린 이뉴잇 소녀와 전쟁 참전 조종사의 얼음 위 동행.
· 조난과 생존, 그리고 천천히 깨어나는 진심.
· 마지막 순간 남겨진 반짇고리, 사라진 소녀의 달 향한 이별.

 


아무 생각 없이 꺼낸 DVD였다. 2년 넘게 어딘가 처박혀 있던 걸 우연히 다시 발견했고, ‘언젠가 보겠지’ 하며 사뒀던 그 영화가 오늘로 이어졌다. 제목은 『스노우 워커』. 개봉 당시의 기억은 없고, 광고도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평점이 너무 높네?” 하는 궁금증 하나로 소장했던 작품이었다.

 

전쟁 참전 조종사 출신의 주인공은, 현실에선 양아치 그 자체다. 비행기 조종 능력만 있는 날탱이 남자가 상아와 거래를 하려다, 결핵에 걸린 이뉴잇 소녀를 도시 병원에 데려다주는 대신 기체 연료를 받기로 한다. 그렇게 시작된 비행은, 조난이라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꺾여버린다.

 

조난 후, 주인공은 이뉴잇 소녀를 남겨두고 도움을 청하러 떠났지만 결국은 자기 혼자 고립된다. 그리고 그를 구조한 건, 다름 아닌 그 소녀였다. 언어조차 통하지 않았던 둘은, 천천히 서로의 마음을 열고 함께 북극 툰드라를 건너기 시작한다.

 

 

결국 도시의 비열한 남자는 자연 속에서 삶의 방식을 배운다. 소녀는 죽음이 가까운 걸 알면서도 그와 함께 길을 걷고, 결국 전설 속 존재처럼 그를 홀로 남긴 채 사라진다.

 

소녀의 무덤엔 그녀가 만들어준 옷도, 신발도, 아무것도 없다. 오직 ‘반짇고리’만이 남아 그의 마음을 무겁게 누른다. 결핵 소녀를 구하려 비행기를 몰았던 남자가, 결핵 소녀 덕분에 살아남게 되는 아이러니. 그 아이러니가 이 영화의 가장 조용한 클라이맥스다.

 

그리고 잊지 못할 한 가지. 툰드라의 모기. 그 짧은 북극의 여름,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진짜 생존에 가까운 촬영을 한 듯하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미친 모기떼 속, 숨 막히는 생존 연기를 본 듯한 기분이었다.

 

잔잔하지만 깊고, 조용하지만 슬픈 영화. 『스노우 워커』는 그렇게 내 마음에 새겨졌다.


“결핵 소녀 덕분에 살아남은 남자, 그리고 그가 영영 되돌릴 수 없는 북극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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